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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거목 Interview-1] 설치미술가 서도호 '생각하게 하는 것···그것이 현대미술'

거목은 이렇듯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곁의 어린 나무들을 보호하고 덮어주며 그들의 올곧은 성장을 돕는다. 훌륭한 인물이 거목으로 불리우는 이유다.

미국 문화계에서 거목으로 불리우며 한인에게 뿌듯함을 주는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예술관을 들어본다. 이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가 자랑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LA카운티미술관(LACMA:LA County Museum of Art)에서 개막된 한국현대화가전시회가 프리뷰를 마친 다음날. '농부의 딸'(Farmer's Daughter)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작은 호텔 커피샵에서 만난 서도호씨는 막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며 백팩과 아주 작아보이는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미술과 작품 외에는 어떠한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그의 짐 다웠다.

시카고미술대학에서 강의가 있어 곧 떠나야 하기 때문에 LA에 머물 시간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그와 마주 앉아 현대미술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대 미술이란 무엇인가?

▷정의가 된다면 그것은 이미 현대미술이 아니다. 현대미술이란 정의를 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떠한 설명도 해석도 필요가 없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LACMA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현대화가 12인전(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을 관람한 분들은 모두 느끼셨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이 작품들 앞에 서서 과연 화가들은 무엇을 표현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현대미술이다.

생각하도록 하는 것. 이를 정의내리는 것은 화가도 평론가도 아니다. 바로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이 그 작품을 대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 느낌이 바로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제적 기준으로 한인 화가들의 위상은?

▷현대미술의 관점으로 볼 때 한국 미술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다만 한국의 작가들이 스스로를 잘 모른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확신을 못하고'정말 우리가 잘하고 있는가' 반신반의 하는 듯 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평론가들이나 뮤지엄 관계자들이 한국에 가면 한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놀란다. 나 역시 한국에 갈 때마다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어 기쁘고 뿌듯하다.

-화가들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주위 영향이 중요하다. 좋은 화랑과 큐레이터 콜렉터 관람객들이 유기적으로 반응해 화가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있음을 확신시켜야 한다. 갤러리와 콜렉터. 관객의 유기적 관계 없이는 좋은 작가가 탄생할 수 없다.

갤러리들은 화가들이 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만 화가들 스스로도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야 스스로 잘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자신을 바르게 직시하지 못하고 칭찬에 길들여지면 오만하게 되지만 올바른 자각은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제 서도호라는 이름은 국제 미술계에 많이 알려져 있다. 어떤 이들은 제2의 백남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 그런가?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창작 생활하고 대학에서 강의한다. 명성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집에 집착하는데 특별한 의미는.

▷나에게 집은 자신의 연장선이다. 말하자면 나는 집에서 자아를 느낀다. 한국에서 살던 한옥 미국에서 살던 아파트먼트등 다양한 주거 공간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또한 집은 우리가 삶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중요하다.

-21세기는 변화의 세기라는 것이 느껴지는가.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 변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를 기점으로 현재 세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인종과 문화라는 관점에서 변화가 수용된다면 모든 분야에서 변화는 이미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술계에는 어떤 변화가 감지되는가.

▷ 미술계에도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서양인들의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과 매력으로 요즘은 국제 무대에서 동양문화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동안 인식되어 온 문화 우위론의 정의가 뒤바뀌고 있다는 것도 요즘 느끼고 있는 변화의 예다.

-예술을 포함 한국이 국제무대에 뜨고 있다.

▷중국 덕도 있다고 본다. 중국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들다 한국을 주시하게 됐고 중국 일본과는 확실하게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된 것 같다. 이들은 한국의 특징에 대해 상당히 정치적이고 비평적이면서 세련됐다는 평들을 한다.

- 각분야에서 한인의 재능이 인정받고 있다. 언제쯤이면 우리가 세계의 선두에 설 수 있을까.

▷박지성씨나 이영표씨가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될 때 쯤이면 우리 한인들이 각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이루어 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서도호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미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페인팅을 전공했으며 1997년 예일대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의 서펜타인, 헤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 여러 곳의 미술관과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어오며 삶의 철학적 의미, 근원적 운명 등을 표현한 독창적이고 거대한 규모의 설치미술로 주목을 받아왔다.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LACMA 등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유이나 문화 전문기자 yen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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