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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개혁] 오바마 재촉···의회로 '공' 넘어갔다

개혁 원칙엔 공감·재원 마련이 '최대 난제'
여론은 백중세…상원, 9월까지 표결 연기

이제 공은 의회쪽으로 넘어갔다.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된 TV연설에서 의료보험 개혁의 당위성과 시급한 처리를 강조하며 사실상 ‘전 국민 혜택’을 모토로 내건 의료보험 개편작업은 입법부의 손에 명운이 판가름나게 됐다. 그러나 ‘12월말까지’라고 구체적 시한을 못박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연내 타결에는 수많은 난제들이 쌓여있다.

■ 여당 내부서도 '불협화음'

우선 집권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시간이 흐르며 개혁에 필수적인 재정조달 방안에 일부지만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년층.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어.메디캘 등이 재정 적자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밝혀진 가운데 10년간 최소 1조달러가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현실적 우려다.

비록 대통령이 "나라의 재정적자를 늘리거나 현재 의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제외되면 법안에 절대로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 확약하고 있지만 적은 공화당 의원이 아니라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의보 개혁에 반기를 든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가 의보 개혁 토론은 '정치적 게임'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러한 주제야말로 '고도의 정치적 게임'이라 강조했다.

한편 국내 여론은 현재까지 50-50 가량 팽팽한 찬반 의사로 나뉘며 조용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 오바마 "정치생명 내건다"

취임한지 갓 반년을 넘긴 오바마 대통령은 '3억 국민 의료혜택'을 실현할 건강보험 도입에 정치적 생명을 건채 '올인'을 선언했다.

국민 지지 확산을 위해 22일 백악관에서 연설한데 이어 의회를 향해 "더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개혁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지만 보수성향 민주당 의원들까지 반대하는 현실을 겨냥한 것이다.

의회예산국(CBO)이 보고서에서 '10년간 1조달러가 필요한 개혁'이라는데 대해 "제도의 질과 효율성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타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체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올해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앞으로도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일단 상원은 "8월 휴가기간이 끝날때까지 어떠한 의보 관련 표결도 없다"고 못박았다.

오바마 역시 23일 오하이오주 셰이커 하이츠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상원의원들이 관련법안의 장단점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날 연설과는 달리 채근하지 않았다.

■ 매스컴 "세계 최고의 악법"

"이 세상 그 어떠한 곳에서도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돈을 쏟아붓고 이토록 나쁜 결과를 얻지는 않는다."

최근 수도권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워싱턴 포스트'(WP)가 의료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국의 보험 현실을 개탄한 글이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예전부터 불평등.낭비.비효율의 모델로 비난 받아왔다. 가장 기본적인 의술의 척도로 알려진 영아 사망률은 선진국 가운데 상위권이며 당뇨.심장마비 대처도 극히 미흡한 수준이다.

10년전 발표된 의료연구소(IOM)에 따르면 매년 4만4000~9만8000명이 각종 의료 과실로 숨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더욱 더 나쁜 것으로 판단된다.

더 큰 문제는 매년 5만달러가 넘는 값비싼 학비를 내고 의대를 어렵게 졸업한 유능한 의사들조차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보다 잘못된 의보 수가를 맞추기 위해 시간에 쫓겨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이다.

■ 서민 배제…구조적으로 취약

의료지출 가운데 3분의 1은 중복된 엑스레이 촬영.임상 검사 등 불필요한 낭비로 탕진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전체 인구의 15%인 4600만명이 보험없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라티노의 경우 42%가 아예 건강보험이 없다.

보험 소지자들 역시 사정이 그리 낫지 않다. 느리고 값비싼 치료를 위해 응급실에서 몇시간씩 허비하고 '임시변통 처방'을 위해 매년 1000달러가 넘는 액수를 보험료로 바친다.

미국 진보센터의 존 포데스타 소장은 "보통 미국인은 많은 돈을 내고도 상응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 10년간 3130억달러 절감 추진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가 의보 체계의 효율적 비용 관리를 통해 향후 10년간 3130억달러 이상을 줄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의료보험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적정한 약품값 유지.가입자 확대를 추진하고 2010년 예산에서 6350억달러의 의료보험 비용을 줄이면 절감 규모 총액은 1조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반면 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의료업계에서는 "비용절감도 좋지만 도리어 치료의 질을 떨어뜨려 환자들이 손해"라 항변했다.

■ 낙태 지원 '개혁 걸림돌'

의료보험 개혁에 낙태 문제가 가장 첨예한 논란으로 떠올랐다.

낙태 시술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반대하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정부가 낙태 시술에 대한 재정 지원 금지를 문서화 하지 않으면 보험으로 낙태를 자행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낙태권 인정에도 불구 미국 연방법은 낙태 시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민간보험은 90 가량 낙태 시술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낙태 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보험 개혁은 낙태 문제와 아무 상관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 공화당 '고소득자 중과세' 비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많은 의원들은 병원.제약회사.의사로부터 비용을 아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여긴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화당은 현재 연방하원에 상정된 의료보험안이 부부 합산 신고액이 연간 35만달러를 넘는 고소득 가구들에 중과세하는 방안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 역시 "예산 적자와 증세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공공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봉화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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