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진단] 소기업 금융의 대명사 CIT
오명호/HSC 대표
미국 소매업체와 도매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100년간 해왔던 CIT의 파산은 다시 한 번 미국 경제회복에 먹구름을 몰고올 모양이다. 당장 영세업체인 맘앤팝스토어(Mom & Pops Store)와 도매상들의 자금경색 현상이 경제 회복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부도 위기 소식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렬 당일 다우존스 지수는 96 포인트 가량 상승한다. 다시 말하면 CIT 부도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시장은 판단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은행은 부도 위기에 처해 있지만 지난해 당국으로부터 규모는 다르지만 똑같이 구제금융을 받았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각각 34억 달러와 27억 달러를 한 분기 동안 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금융시장은 요술쟁이 같다.
CIT가 미국 전역에 걸쳐 2000여 개의 제조업체와 30만 영세 소매상들의 자금줄(Factor)이라는 사실을 정부 당국은 알면서도 과소평가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 은행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최종판단을 한 것 같다.
즉 이 은행이 주로 취급하고 있는 '팩토링 비즈니스'를 다른 커뮤니티 은행들이 충분히 이어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CIT는 중소 규모의 제조업자들에게 돈을 직접 빌려주는 은행은 아니다.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매상에게 팔고 그 소매상이 소비자에게 팔아야 최종적으로 제품 대금이 회수된다.
통산 제품 생산에서 자금이 회수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30일 내지 9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은행은 소매상에게 판매한 '받을 채권'(A/R)을 담보로 만기까지 할인하여 돈을 빌려주는 금융업 즉 팩토링 비즈니스를 해왔다.
또한 만약 '받을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그 대전(代錢 물건 대신으로 주는 돈)을 보증해주는 영업도 같이 했기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한편 CIT는 미 전역의 수많은 맘앤팝스토어의 신용 상태를 파악하고 관리해왔기 때문에 보증도 해주고 '받을 채권'을 담보로 돈도 빌려줄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은행이 지닌 방대한 '영세기업들의 신용상태 파악'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은행들이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이 은행이 팩토링 영업에만 전념해 왔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파산 위기에까지 다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메릴린치 등 월가의 인베스트먼트 뱅크에서 잔뼈가 굵은 새로운 CEO가 무리하게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를 하는 등 일련의 투자 실패로 결국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
5개월 후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 연말 대목을 노리며 지금까지 힘든 불황을 견뎌온 영세상인들에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CIT는 투자 실패로 스스로 파산의 무덤을 팠지만 수백 만의 영세소매상과 도매상들은 어디서 돈을 조달해야 할 지 막막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논리로 골드만삭스와 체이스는 살아났지만 CIT는 'Too small to save'였을까. 결국 CTI는 100년의 역사를 접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는 한국 속담은 동서고금을 통해 진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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