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긍지는 가지되
한글처럼 다양한 생각을 전달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가진 언어는 이 세상에 없다고 배웠다. 금수강산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자연이 세계 최고인 줄 알았다.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파란 하늘은 다른 곳에는 없는 줄 알았다.한복만큼 아름다운 전통 의상도 없다고 들었다. 한국인의 두뇌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믿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오래 믿었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믿었던 것과 사실이 조금씩 다르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금수강산 말고도 아름다운 나라가 또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각국의 문학인들은 자기 언어로 모두들 아름다운 글을 쓰고 있었다.
한국인만이 우수하지 않고 모두가 다 우수한 두뇌를 자랑했다. 나는 일본의 모든 것을 싫어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가 아름다와 보이게 된 것은 순전히 한국을 떠나 한국을 바라보면서, 다른 민족들과 만나 다양한 문화를 만난 탓이었다. 역사는 역사이고, 아름다움은 인정해야 했다.
내가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니, 고정 관념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나 다른 곳에 살지 않고서 객관적으로 우리 것을 느끼고 다른 민족들과 그들의 문화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는 PTA에 다녀 온 한인 어머니로부터 모임 내내 미국인 엄마들로부터 환대받지 못하고 약간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으며 인사를 했지만 백인 엄마들이 잠시 인사만 할 뿐, 도무지 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 순간 나의 머리에는 서울에서 사는 외국인 엄마들, 특히 우리들이 후진국으로 분류하는 나라들로부터 온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와 피부빛이 다르고 외모가 다른 엄마들이 자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학교를 방문하면 서울의 우리들은 그들을 얼마나 환대하고 친하게 대할 것인가?
다른 인종과 민족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선진국 소리를 듣는 나라들에서도 인종과 민족간의 마찰과 갈등은 끝이 없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바깥 세상을 모르고 자기들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다른 민족들과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다른 이들도 훌륭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문화와 역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자랑스런 것인지를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의 그것들도 인정받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유목과 상업을 주로 한 서구인들이 여러 지역을 다니며 문화적 다양성을 일찍부터 인정한 것과 달리 우리 민족은 농경 중심의 자급 자족 정착 생활을 한 탓에 타민족을 접할 기회가 적었고, 그 결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사고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들이 교역을 하기 위해 상대를 공부하고 인정한 반면, 우리는 우리끼리 우선 돕고 잘 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세계가 지구촌이라 불리운지 오래이다. 그리고 요즘은 기술의 발전 덕에, 지리적으로는 멀더라도 같은 공간에 사는 것처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살게 되었다. 기술과 유행의 전파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 거의 국가간의 장벽이 없다시피 된 시대이다.
그래서 개인의 사고가 온라인 공간에서 다수에 의해 의미있게 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을 전 세계의 친구들이 다 읽고 댓글을 달아준다. 미국에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유럽과 아시아의 친구들과 동시에 팀을 이뤄 게임을 하는 것은 보통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이면서도 세계인으로서 커야 한다. 한국인의 긍지는 가지되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와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이끌어야 한다. 우리 앞의 어떤 이방인이 자기 민족이 최고이고 자기 문화가 가장 우월한 문화라고 주장하거나 암시한다면 우리는 그를 어찌 볼 것인가.
자기 민족의 문화를 자랑하되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은가? 그가 자기 말과 글을 자랑하되 한글도 배우려 한다면 기꺼이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가?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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