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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서커스' 단원 홍연진씨, '라스베이거스 바다'를 휘젓다

뚜렷한 목표·과감한 도전으로 '최고 쇼' 진출
무대서 시선 고정하는 관객보면 '금메달 기쁨'

"수중발레 선수 시절에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했죠. 지금은 내 안에 있는 창의적인 끼를 끄집어 내야 하는 게 가장 다릅니다."

지상 최대의 수중 쇼라는 'O'쇼가 열리는 벨라지오 호텔 상설 공연장에서 만난 홍연진씨는 데뷔 당시의 감격이 되살아 나는 듯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평소 'O'쇼의 공연장은 열쇠잠금장치가 설치돼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고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언론 취재도 엄격히 통제하는 '태양의 서커스'는 한국인 최초의 공연자를 취재하겠다는 기자의 취지에 수긍하고 이례적으로 취재를 허가했다. 홍보 담당자가 직접 내부로 안내했다.

한때는 전광판의 점수에 웃고 울었던 홍연진. 태극마크를 달고 아테네 올림픽으로 세계선수권 대회를 누비던 선수였다. 지금은 관객의 갈채 소리에 희비가 엇갈린다.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관객이 한 두 명이라도 있는 날에는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똑같은 물 속에서 연기를 펼치지만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선수 시절과 'O'쇼 단원 생활은 180도 차이가 난다. 긴장감은 줄어들고 희열은 부쩍 늘었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아직도 분장한 자신의 모습이 낯설다는 홍씨는 몬트리올 본사에서 배운 특별 기술을 통해 메이크업을 한다. 처음에는 1시간 30분씩이나 걸리던 분장시간이 점점 줄어서 요즘은 40분이면 끝낸단다.

홍씨는 무대에 서기 전에 두 가지를 빼놓지 않는다. 공연 중 역할을 확인하는 라인업 체크와 감사 기도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번 되새기며 첫 한국인 연기자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을 한다.

몬트리올 본사의 트레이닝 룸에는 단원 출신국의 국기를 걸어놓는 전통이 있는데 홍씨가 오고나서야 비로소 태극기가 걸렸다. 올림픽 시상식에 태극기가 올라오는 것만큼 자부심도 컸고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O쇼에 출연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매년 계약을 연장하는 만큼 최상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의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인종이나 성적 취향 종교의 차이로 어떠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오직 실력만이 살 길이다. 공연의 모든 행정시스템이나 편의 시설은 무대 위에 서는 공연자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료보험이나 대우도 최상급이라고 홍씨는 귀띔한다.

이 곳에 지원할 때만 해도 합격은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의 공연 실력에 압도돼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용기를 내 인터넷 사이트에 지원을 하게 됐다. 그리곤 친구들의 도움으로 10분짜리 시범 테이프를 만들었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았다. 편집은 화려했지만 자신의 잠재성까지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본기에 충실하게 제작했다. 유연성 기술 댄스 체력 파워 싱 크로나이즈드 선수때 경기 모습 등 자신의 '바닥까지' 모든 모습을 영상에 담아 보냈다. 그후 몇개월간 연락이 없어 떨어졌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올해 3월에 연락이 왔다.

일단 가능성이 있으니 '일반 트레이닝'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홍씨는 마른 솜뭉치가 물을 빨아들이듯 훈련에 적응해 나갔으며 2개월만에 공연에 투입됐다. 탄탄한 기본기에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높이 산 것이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한국인 후배들이 많이 몰려왔으면 합니다."

해맑게 웃으며 홍씨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제 1시간 뒤면 홍씨는 한 마리 인어가 돼 150만 갤런의 물이 찰랑거리는 풀(pool)을 누비게 된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라스베이거스 = 최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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