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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도박, 월남파병-21] '조중건, 미국인맥만 접촉한다더라'

한국군 사령부에 소문 퍼져 미묘한 분위기
지휘권 가져온 한국군, 전술도 독자적 사용

기업 규모나 인지도에서 내세울 정도가 되지 못했던 한진이 그나마 월남에서 행세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국내에서부터 미 군수용품 수송을 전문으로 해왔다는 실적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그보다는 박정희 권부의 장기영 부총리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친목을 다져온 조중훈 회장(당시 사장)이 월남 진출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아낼 만큼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고 거기에 미군 고위직 장성들과 인맥이 두터웠던 조중건 상무의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을 것이다.

월남은 미군만 전쟁하는 곳이 아니었다. 전장에서는 군의 지원과 통제시스템 아래서만 어떤 사업이든 가능하게 돼 있다. 더구나 한국 기업이라면 설령 미군의 전쟁 물자를 수송하고 미군의 작전지역에서 사업을 진행시킨다 해도 월남 전역이 전쟁터였기 때문에 한국군의 지휘권 영역을 가볍게 여겨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비록 일부 지역이라 하더라도 한국군이 주둔하고 한국군이 작전하는 지역은 미군이 아닌 주월 한국군사령부 사령관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조중건 상무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군 인맥을 접촉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우리 대사관과 한국군 사령부에 알려지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언급했지만 한국군의 작전권은 주월 한국군사령부로 이관됐고 특히 수송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략 전술의 원칙도 모두 채명신 사령관의 결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작전 지휘권을 가졌다 해서 미군과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만 독자적으로 전술과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시로 김성은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와 접촉하기도 했지만 채 사령관 역시 여간 힘든 설득과 논쟁을 했던 게 아니다. 결국 한국군의 작전에 한해서는 미군으로부터 전술과 전략을 포함하는 모든 지휘권을 쟁취했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던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높은 전과를 올리고 한국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전우애로 뭉친 한국군만의 작전이 필요했고 거기에 덧붙여 한진을 비롯해 월남에 진출한 국내 여러 기업과 파월 기술자들을 한국군이 보호해야 한다는 필연적인 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 사령관은 미국의 입장을 지원한다는 명분 못지않게 월남전을 통해 한국이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면 기업들과 파월 기술자들까지 신변 보호와 사업권 보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지휘권을 필사적으로 확보해야 했다는 얘기였다. 그 때문에 미군도 자국 기업체들이 챙겨야 할 실리를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그들의 저항이 매우 심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그러면 미군과 한국군의 전략과 전술은 어떤 차이가 있고 왜 그토록 중요했을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명신 전 사령관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작전 지휘권 문제를 매듭짓자마자 곧바로 부닥치는 사안이 전략 전술 문제였다고 했다.

"우리가 월남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작전 방침이나 전략이나 전술의 원칙 이게 군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인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안전과 절대적으로 직결 됩니다. 베트콩이 출몰하고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안전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해요. 그 문제에 들어가자 미군 측이 굉장히 완강하게 나왔어요.

그 당시 미군의 전략 방침은 무조건 '탐색과 섬멸'(search and destroy)입니다. 탐색해서 섬멸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 한국군은 '차단해서 섬멸'(cut and destory)이에요. 완전히 차단해가지고 섬멸한다는 거지요. 이것이 우리와 미군의 대단한 차이고 그것 때문에 우리의 독자적인 모든 작전권을 가져오는 데 애를 먹은 겁니다."

-탐색과 섬멸은 이해가 되는데 차단해서 섬멸한다는 게 어떤 뜻입니까?

"월남전은 베트콩의 게릴라전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아요? 월맹이 베트콩을 지원해주면서 시작된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공산 월맹군의 전략이 뭔가 하면 '마오쩌둥 전략'입니다.

나는 소위 때부터 제주도 사태를 다루면서 마오쩌둥 전술을 연구했고 책도 많이 봤는데 마오쩌둥의 기본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한 게 '게릴라는 물고기다. 인민은 물이다.'이거예요. 이건 마오쩌둥 전략에서 가르치는 게릴라 전술의 핵심을 찌르는 대원칙이라구요.

그게 무슨 얘긴가 하면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 수는 없잖아요. '너희는 인민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인민 속에서 작전하라' 이거거든요. 다시 말하면 베트콩들은 인민을 인질로 해서 전투를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걸 알고 있는 이상 그렇다면 우리가 마오쩌둥 전략을 분쇄할 수 있는 방법을 써야 할 거 아닙니까. 그게 물과 물고기를 분리시키는 겁니다. 물과 물고기를 분리시키면 물고기는 죽잖아요.

그러니까 차단해서 섬멸한다는 거지요. 다시 말해 물과 물고기를 분리시키는 데 성공하면 우리는 작전에 성공하는 것이고 그걸 못하면 우리는 전투에서 지게 되고 엄청난 장병들의 피해가 있는 건데 이게 얼마나 중요합니까."〈계속>

이호/객원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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