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앤 라이프] 전시회가 주는 기쁨
유이나/문화전문기자
당시 LACMA의 동아시아미술국 책임자로 있던 키스 윌슨이 한국관 확장 계획에 관한 인터뷰를 나누던 중 슬쩍 "우리 미술관 관장이 한국 현대작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운을 뗐다.
고대 미술품 전문가인 그가 현대작품 운운하는 것 자체가 놀라워서 "전시계획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당시엔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설명인즉 휴스턴미술관의 관장(Peter Marzio)이 한국을 다녀온 후 현대작품에 반해 한국작품 소개에 열을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통으로 불리는 키스 윌슨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었겠는가. 당시 LACMA관장이었던 앤드리아 리치에게 "한국 현대미술을 열심히 소개하고 있는데 다행히 관장이 상당히 관심있어 하는 눈치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렇게 시작된 몇 명의 관심이 근사한'한국현대미술가 전시회'(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 LACMA로부터 전시회 확정 뉴스를 들었을 때는 정말 겅중겅중 뛰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그동안 미국내 대형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전이 열린다 하면 으레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미술품 도자기 혹은 앤틱 가구나 장식품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한국 현대미술의 우수성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늘 아쉬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현대미술전 개최를 가능하도록 불씨를 옮겨온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가 우러나왔다.
지난달 28일 한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전시회가 개막되면서 이 감사의 마음은 더 커졌다.
우선. 첫번째 감사는 LACMA에게 보낸다.
경제난으로 많은 기획전을 포기했음에도 불구 한국전을 계획대로 오픈해준 LACMA 관계자들에게 매우 고맙다.
특히 한국전을 올해 최대 기획전으로 삼아 스트릿 배너 광고에서부터 신문 전면 광고에 이르기까지 큰 돈 써가며 대대적 홍보를 하는 것도 뿌듯하다.
두번째는 '장은 펼쳤는데 안 오시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무색 할 정도로 전시장을 가득 채워주고 있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전시회에 대한 한인들의 기대 이상의 관심과 사랑을 대할 수 있어 더 없이 기쁘다.
중앙일보에서 현대미술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한인 전문가 가이드 투어는 매달 2차례씩 9월까지 6회를 마련 희망자를 모집했는데 기사가 나가자 마자 이틀만에 6회 모두 예약이 끝나는 놀라운 호응이 있었다.
지난 14일 열린 첫번째 투어에는 멀리 팜스프링스에서 몇시간을 운전해 오신 분도 있었고 예약을 못했는데 "나이 많은 사람이니 좀 봐줘요" 하시며 꼭 작품설명을 듣고 싶다고 무조건 오신 귀여운(?) 할아버지도 계셨다. 할아버지는 그날 일찍 뮤지엄에 오셔서 투어 그룹 맨 앞을 떠나지 않으셔 가이드 이윤선씨를 감동시켰다.
한나라의 지명도를 높이고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평가하는데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는 최고의 효과를 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을 알리는데 엄청난 가치를 지닌 행사다.
마지막 정말로 중요한 감사 한가지.
멀리 미국에 사는 우리들이 이렇게 뿌듯해 할 수 있도록 힘과 실력으로 단장 자랑스런 모국이 되어준 대한민국에 가슴 깊이 감사한다.
모든게 정말 고맙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