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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이승만 전 대통령 경호원 박용균씨의 '영원한 각하' <2>

'정많은 고향 할아버지 같던 분'
나무에서 떨어진뒤 다친 것 숨기자 '병원 다녀와, 나이들면 다 아프다'

박용균씨(사진)가 기억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소탈하고 자상한 성격이었다.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에게도 당시의 가부장적 분위기와는 달리 다감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여사도 이 대통령의 내조에 최선을 다 했다.

"각하가 거의 매일 뒷산으로 산책을 나가셨는데 영부인은 규칙적인 식사를 굉장히 강조했어. 하산이 늦으면 영부인이 직접 무전을 쳐. 아직 산에 계시다고 하면 한달음에 뛰어올라와 각하를 부축하고 내려가. 그러면 각하도 아무 소리 없이 따라 내려가셨지."

수행원들의 실수로 대통령의 점심 도시락이 없어진 적도 있었다.



"강원도 인제의 군 장교 휴양소에 각하와 헬기를 타고 간 일이 있어. 미군들이 쓰는 아이스박스 있잖아. 거기에 각하가 드실 점심식사를 넣어 왔는데 바쁘다 보니 갖고 내리는 걸 잊었어. 도시락이 없어진 걸 알았을 땐 헬기가 이미 떠난 뒤였지."

수행원들 모두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운데 누군가 어렵게 입을 뗏다. "저... 각하. 도시락을 못 꺼냈습니다."

각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뭐 다 같이 먹으면 되지"라고 짧게 한 마디 했다.

휴양소 식당에 자리잡은 이 대통령은 사병 수행원들과 똑같이 군대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반찬이라곤 콩나물과 새우젓 조금 깍두기 약간 뿐이었어. 그 때가 워낙 어려웠잖아. 그런데도 맛있게 드시니까 우리가 민망해 밥을 못 먹겠더라고."

박씨는 진해 별장에서 이 대통령의 세심한 성격을 알게 됐다.

나무를 좋아한 이 대통령을 위해 수행원들은 별장 나무의 가지를 쳐내는 일도 했다. "장대에 낫을 묶어 나무를 찍은 다음 흔들어. 그럼 가지들이 떨어지거든. 안 떨어지는 가지들은 낫을 굵은 가지에 찍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쳐 내곤 했지."

그리 굵지 않은 가지에 낫을 찍은 박씨는 나무에 오르던 중 낫이 빠지는 통에 추락했다. 타고 난 운동신경을 발휘 순간적으로 몸을 뒤틀며 나무에 매달려 간신히 부상은 면했지만 팔은 온통 피칠갑을 했다.

박씨는 '각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저만치 서 있는 각하에게 등을 돌린 채 서둘러 상처를 씻으러 갔다.

이튿날 새벽 뒷문 경비를 위해 쳐 놓은 '설렁줄'을 걷던 박씨는 이른 시간임에도 밖에 나와 있던 각하와 마주쳤다.

"옛날에 경보기가 있어 사람이 많기를 해. 전화선에 깡통을 매달아 건물 주위에 빙 둘러치는 거야. 누가 몰래 들어오다 줄을 건드리면 깡통 소리가 나잖아. 깡통 경보기지. 허허. 그걸 설렁줄이라고 해."

각하는 박씨에게 대뜸 "병원은 다녀 왔는가"하고 물었다. "어제 내가 떨어지며 다친 걸 보신 거야. '안 갔는데 괜찮습니다'고 했지."

각하는 "다녀 와라. 젊어 다친 게 나이 들면 다 아프다"고 말했다.

"아 정말 자상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괜찮지만 각하 지시니까 어떻게 해 따라야지. 그래서 해군병원에 갔다 와서 '다녀왔는데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

범접할 수 없는 먼 존재로만 여겨지던 이 대통령이 엄하지만 정 많은 고향의 할아버지처럼 박 수행원의 가슴 속에 각인된 순간이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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