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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 중세 유럽인이 꿈꾼 '외계 나라' 대항해 시대 여는 촉진제 역할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인 KAIST 안철수 교수가 얼마 전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대에서 손과 발이 작아 군화를 제일 작은 것을 신었으나 머리가 커서 철모는 제일 큰 것을 썼던 사실을 밝히며 "화성인 취급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우주 저 멀리에 사는 외계인이 인간과는 외모가 다를 것이라고 여기는 우리의 통념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다.

요즘은 '지구 바깥'이 외계지만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가 열리기 전 유럽인에게는 '유럽 바깥'이 외계였다. 유럽 내부에 고립된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이슬람세력은 러시아 스텝 지역에서 북아프리카까지 세력을 뻗으며 동쪽과 남쪽에서 유럽을 포위했고 1453년에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켜 비잔티움 제국을 정복했다.

이교도에 둘러싸인 기독교 세계의 위기의식이 투영된 것일까. 15세기 유럽인들 사이에는 '사제 요한'의 기독교왕국 전설이 퍼져 있었다.

중세 전설에 따르면 사제 요한은 네스토리우스교 또는 콥트 기독교의 사제이자 왕이었다. 사제 요한의 왕국은 유럽을 포위한 이슬람세력 저쪽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유럽인은 사제 요한을 찾아내 동맹을 맺을 경우 협공으로 이슬람세력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사제 요한의 왕국에 대한 유럽인의 상상력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곳에는 유니콘들이 뛰어다니고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날개를 가진 전설의 동물 그리핀들이 황금을 지키고 있었다.

왕국에는 괴상한 모습의 인간들(그림)이 살고 있었는데 얼굴이 어깨 아래쪽에 달린 사람 부채 같은 거대한 발이 달린 외다리로 뛰어다니다가 낮잠을 잘 때는 발을 해 가리개로 사용하는 사람 새 머리가 달린 사람 허리 아래가 말처럼 생긴 사람이 있었다.

사제 요한은 이렇듯 기상천외한 별천지에 위치한 난공불락의 성에 살았다. 중세 유럽인들은 사제 요한과의 '접속'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품고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중세적 꿈이 뜻밖에도 근대를 연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보고에 따르면 태양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297개의 별 주위에서 모두 353개의 행성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를 찾기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우주선들이 속속 발사될 예정이다.

21세기판 대항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머지않아 외계인의 존재도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외계인의 모습을 이런저런 기괴한 형상으로 멋대로 상상하곤 하지만 혹 지구 밖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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