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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 영국 여왕의 '007 스파이' 존 디, 20세기 들어 제임스 본드로 부활

1527년 7월 13일에 태어난 존 디(John Dee 1527~1608.그림)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스파이 영웅 제임스 본드가 다름 아닌 존 디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치적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과업을 짊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므로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대에 등장한 여성 군주 그것도 전례 없는 '미혼' 여성 군주라는 점에서 영국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웠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대륙의 정세를 탐색하고 민감한 외교 문제를 처리하는 스파이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학자로서 유럽에 널리 알려져 있던 디는 여왕의 가장 비밀스러운 업무를 맡아 해결하는 스파이로 활동하게 됐다.

연금술사.점성술사.수학자인 디는 젊은 날 프랑스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을 소개하면서 범유럽적인 명성을 얻었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와 프랑스의 앙리 2세가 디를 자국의 궁정 수학자로 임명하겠다고 앞다퉈 제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디는 모두 거절하고 엘리자베스의 총애와 후원을 받으며 국정의 민감한 사안에 조언자로서 활동하는가 하면 유럽 대륙에 건너가 스파이로서 여왕의 외교 책략에 도움을 줬다. 암호명인 007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디 사이의 사적인 외교 문서에 사용된 독특한 표식이었다.

디는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 말미에 '두 눈'을 나타내는 두 개의 원을 그린 다음 7이라는 숫자를 붙였다. 자신은 여왕의 비밀스러운 눈이고 그 눈은 '성스러운 행운의 숫자'인 7에 의해 보호된다는 의미였다.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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