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특급 구원투수 캐롤 바츠 신임 CEO, IT업계 여걸···강력한 경비절감 예고
'내 방식 싫으면 해고하라' 언제나 당당
'오토데스크' 매출 4배로 올려 능력 입증
바츠 CEO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업계 경력과 이미 입증된 경영 능력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기대를 심기에 충분하다. 그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설계소프트웨어 오토데스크의 수장으로서 회사 경영 구조를 개선해 매출과 수익을 크게 늘렸다. 주가도 10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60세인 여장부 바츠는 날카로운 감각의 경영자인 동시에 날카로운 혀를 갖고 있다. 그는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과 전화 회의를 할 때 ‘f***’ 같은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 눈여겨볼 것은 그녀가 야후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다.
그는 반도체 기업 알테라에서 탁월한 경비 절감 능력을 발휘한 티모시 모스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다. 그 다음 지난 4월에는 야후 총 직원의 5%에 해당하는 675명을 내보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바츠가 올 1월 부임하기 직전 구조조정 당한 1450명까지 합치면 야후는 인력 감축으로 1년에 4억 달러를 절약하게 됐다. 이런 행보는 앞으로 바츠가 야후를 이끌 방향을 보여준다.
지난 15년간 바츠를 봐 온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바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단도직입적이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비전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감과 신뢰와 미래를 보는 시각을 불어넣는다." 챔버스 회장은 바츠를 야후 차기 사장 자리에 추천했다. 챔버스는 "(야후에서) 쉽지 않은 일을 맡았지만 그 일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바츠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바츠는 항상 결과를 낸다"고 말했다.
과연 바츠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았다. 야후는 꾸준히 구글에 시장 점유율을 양보해 왔다. 구글이 도입한 스폰서 링크(이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와 관련 있는 광고가 검색 결과와 함께 뜨는 방식)는 야후의 배너 광고나 동영상 광고 방식을 압도했다.
야후도 기존의 광고 모델을 혁신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당 31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나중에는 33달러까지 인수가를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야후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제리 양과 이사회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 결정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구글의 강세가 계속되면서 2008년 11월 야후의 주가는 10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동시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야후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올리기 위한 행동을 취하라고 야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이칸은 현재 7560만 주를 사들여 야후 지분의 5%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사회의 두 자리를 지명할 권한도 갖고 있다. 아이칸이 언제 올지 모를 야후의 부활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야후 이사진을 교체해 MS와의 인수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바츠는 야후를 재포장해서 잘 팔아 넘기기 위해 자신이 CEO를 맡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장난 삼아 아이칸을 '내 친구 칼'이라고 부르는 그녀는 한 회의장에서 "칼에게 '당신이 날 고용했으니 내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츠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디지털이큅먼트.3M 등에서 근무하고 시스코시스템스와 인텔 넷앱 등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또 14년간 오토데스크를 이끌며 회사 매출을 3억5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늘렸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영 능력을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물론 오토데스크의 시가총액은 야후의 22%밖에 되지 않는다. 또 경력이 대부분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업계에 집중되어 있고 인터넷이나 광고쪽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바츠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목표 중 하나는 야후의 복잡하고 중첩된 소프트웨어 코드들이다. 야후는 서로 상이한 코드 플랫폼들이 뒤범벅된 구조다. 야후의 메인 페이지만 해도 30여 개의 소프트웨어 기본 코드를 사용한다. 이것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출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더욱 쌍방향적인 메인 페이지가 올해 말 공개를 목표로 현재 시험 중이다. 바츠는 광고주들이 야후 웹사이트 상에서 좀 더 손쉽게 광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구조로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바츠는 미국 최대 규모의 무료 e-메일 서비스인 야후 메일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커다란 동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야후 메일의 즉각적인 서비스 개선에 돌입할 방침이다. 또 바츠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투자해 야후의 서비스를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바츠가 야후 특유의 엔지니어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면 인터넷 업계에서 야후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츠가 실패한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신생 소셜 네트워킹 기업들까지 야후의 위치를 위협할 것이다. 바츠는 야후가 황금기 시절 인수한 인터넷 서비스들이 구축한 봉건영주 체제 같은 부서 간의 높은 벽들도 무너뜨리려고 한다.
통상적으로 한 부서의 성과는 인터넷 방문자 수에 의해 판가름되므로 매니저들이 방문자 트래픽을 빼앗길까봐 부서 간 공동 협력 업무에 주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자생적인 방문자 트래픽은 혁신적 서비스에 의해 발생하게 마련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바츠 CEO가 이미 중심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서를 없애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물론 야후가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것은 아니다. 현재 72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그중 88%가 마케팅 서비스에서 창출된다.
오랜 추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 야후의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이 60%를 차지한다. MS의 MSN.com이나 AOL보다는 훨씬 앞서 있다.
야후가 검색 분야에서 구글을 따라잡긴 어렵겠지만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MS가 빙(Bing)이라는 검색 서비스를 새롭게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조사업체들에 따르면 빙은 출시하자마자 야후를 제치고 검색엔진 2위에 올라섰다. 야후가 우수한 인재를 경쟁사에 뺏기고 혁신 경영에서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번스타인 리서치의 제프리 린지 애널리스트는 견해가 다르다.
"야후가 아직도 업계 최강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총임금을 줄이면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앉히는 일이다. 특히 프로덕트매니저가 핵심이다."
야후는 아직도 방문자 트래픽이 많다. 특히 다른 어떤 웹사이트보다 방문자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그런 방문자들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야후가 독자적으로 생존하든 인수합병의 길을 택하든 간에. 연륜과 행동력을 갖춘 바츠가 충성스러운 야후 방문자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만이 야후의 장기적 장래를 결정할 듯하다.
류지원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