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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에세이 입상작] 효부상, 제 자식 키워 보니 알 것 같아요

서미 곽

그리운 어머님께. 어머님 그동안 무고하신지요. 저는 미국에 있는 셋째에요.

며칠 전에 제가 꿈을 꾸었는데 어머님께서 배가 아시다며 누우셔서 배를 문지르시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깨고 난 뒤 지금 어머님께서 아프신데 자식이 모르고 있는건가 싶어 얼른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께서는 마침 아가씨 댁에 가셨다며 전에 넘어지신 다리가 아프셔서 그렇지 다른 곳은 괜찮으시다고 하셔서 조금 마음이 놓였답니다.

어머님 85세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사시는 우리 어머님.

그저 젊어서는 없는 집에 그 작은 체구로 시동생 두 분 결혼 안 하신 아주버님 남자들만 계신 집에 시집오셔서 자식 8남매를 낳으시고 고생만 하시며 사시던 어머님. 지금은 몸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시면서 자손 마음 상할까 내색도 안하시는 어머님.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시지 않으셔도 혼자서 글을 깨우치셔서 성경을 읽으실 때는 한이 서린 듯 비슷하게 노래하듯이 읽으시면 듣고 있는 저희도 지루하지 않게 하시던 어머님.

저희가 일찍 이민 와 어머님하고 같이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데 어머님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목이 메여 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저희 집에 오셔서 1년을 사시던 그 시간이 저와 가장 긴 시간을 같이 하신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일한답시고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나 들어가는 며느리에게 행여 배가 고플까봐 어머님께서는 맛있는 된장찌개를 시골맛 그대로 조금이라도 힘든 며느리에게 오자마자 밥술이라도 뜨게 하시려고 준비해놓고 기다려 주시던 어머님. 그 맛이 어찌 그리 맛있었는지요. 지금도 어머님께서 해주시던 그 맛이 그립습니다. 제가 하면 그맛이 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자식을 사랑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자식을 키워보니 어머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기간이 다 되어 가신 다음에는 좀 더 잘해 드릴 것을 후회가 많이 되었는데 어머님께서는 한국에 가셔서 저와 같이 사시고 싶으시다고 저와 같이 사시는 게 마음이 편하시다고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들었을 때는 잘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죄송하고 송구스러워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너나 나나 때가 어려워 부부싸움도 잦다는데 저희 부부도 다투는 때가 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아범이 밉다가도 어머님 생각하면 조금 덜 미워진답니다. 어머님 저와 사시고 싶으시다고요. 저도 어머님과 같이 살고 싶어요. 제가 아이들 키워놓고 한국에 나가서 살 생각인데 그때 같이 살아요.

그래도 어머님께서 8남매 자식 중에 저를 지목해 주신거 감사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부모와 같이 사는 거 싫어한다지만 저는 어머님이랑 같이 사는 거 항상 어머님께서 저희 곁에 계시는게 아니잖아요. 연세도 있으시고 그래서 사사는 동안 저도 어머님과 함께 살고 추억도 역사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어머님께서 저를 기다려주셔야 해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셔서 저와 같이 사는 날에 제가 어머님 모시고 여기 저기 같이 구경도 해요.

아무쪼록 어머님 사시는 날까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 드립니다.

어머님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어머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미국에서 셋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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