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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유연해야 행복하다

‘입신양명’이라는 말이 대부분 부모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다.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이 말은 자신을 바로 세워 이름을 떨친다는 뜻을 지녔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출세하여 유명해지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원래 중국에서는 한 사람이 사는 동안에 유명해지지 않아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함으로써 후세에 인정받고 이름을 떨침을 그 의미에 포함했으나, 요즘은 조금이라도 빨리 성취하여 젊은 나이에 인정 받는 것을 선호한다. ‘충’과 ‘효’가 우리들에게 중요한 덕목인 것처럼 ‘입신양명’도 중요한 덕목이 되어 모두들 이름을 내고 싶어 한다.

‘입신양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개인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자녀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여 성취함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부강하고 발전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입신양명’이라는 생각 자체가 미래 지향적이어서, 개인으로 하여금 타인에게 인정 받을 만큼의 성취를 하게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큼의 자리에 오르고, 특출한 업적을 사는 동안 보여야만 한 개인이 행복할까?

아들이 미국에 와서 초등학교 2학년으로 학교를 들어가 다니기 시작했을 때, 하루는 교회에서 또래 아이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서 놀면서 점수를 계산한 후, 승자를 결정하는 게임에서 좋은 점수를 기록하지 못했던 아들이 게임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잘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게임이 되지를 않아서 속이 상했던 아들은 건물 밖에 나가서 혼자 씩씩 거리다가 아내를 보고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 날 우리는 아들을 데리고 교회를 나와서 아들을 진정시킨 후 차근 차근 아들과 대화를 했다.

어린 아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자신이 열심히 했으므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속이 상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로 밀렸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나서 더이상 게임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 웃으면서 게임을 즐기니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들을 야단치지 않고, 차분히 타이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언제나 이기기만 해야 한다거나 항상 모든 일에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없었는데, 고작 일곱살 짜리가 친구들과의 게임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그렇게 속상해 하다니.

한편으로는 그렇게 악착같은 마음이 있어야 나중에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함께 있던 친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직접 말한 적은 없었지만, 은연 중 아들에게 경쟁에서 무조건 이길 것을 가르친 것은 아닐까. 그 날 다른 집 부모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우리가 늘 아들에게 이기기만을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후에 비슷한 순간은 또 왔다.

학생들간의 경쟁이 심한 과학고등학교에 아들이 진학하여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첫 해를 보낸 후, 심각하게 전학을 고려한다고 내게 말했을 때, 나는 우리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겪었던 그 날을 떠올렸다.

시험으로 선발된 아이들끼리 무한 경쟁을 벌이는 학교에서 아들의 성적은 전에 없이 초라했고 아들의 자존심도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그대로 가다가는 초라한 성적으로 소위 명문대학을 가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아들에게 학교를 옮기지 말고 계속해서 공부할 것을 권했다.

어찌 사람이 언제나 남보다 앞서고 좋은 결과만을 얻겠느냐고 말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던지는 노력없이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면 안되는 것과 아울러 자신이 남보다 부족해 보이고 경쟁에서 뒤에 있을 때도 그 경쟁의 장을 떠나기 보다는 계속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그것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학교를 떠나지 않았고,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어도 여러가지 클럽 활동에 참가하면서 학교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성적도 조금씩 향상되었다.

개인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아들의 머리 속에 있는 행복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알았지만, 아들도 나도 거기에 유연성을 더 많이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워 하되,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남보다 앞서지 않았다고 우울해 할 이유는 없다. 유연해야 행복하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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