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막 LACMA '한국 현대 화가전' 전시 소감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 미술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서도호, 최정화, 양혜규, 임민욱,김홍석, 전준호씨 등 12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 모두 34점의 걸작을 선보인다.오는 28일 개막하는 한국현대화가전 ‘당신의 밝은 미래’(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s From Korea)를 근사하게 펼쳐보이는 LACMA의 마이클 고반 관장과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끈 최정화, 서도호씨의 전시에 대한 소감을 들어본다.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 "다이나믹한 한국미술의 힘 놀랍다"
“한국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줄 미처 몰랐습니다. 작품의 힘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제 우려가 역시 기우였음이 오늘 밝혀졌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큐레이터 못지않게 큰 관심을 갖고 작품전을 후원해온 LACMA의 마이클 고반 관장은 24일 가진 프리뷰에서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에 대만족을 표했다.
그는 출품 작가중 거의 모두가 프리뷰 행사에 참석한 것도, 전시회를 준비한 3명의 큐레이터가 모두 나와 언론에 작품을 일일이 설명해 준 것도 자신에게는 큰 기쁨이고 고마움이라며 이번 전시의 성공적인 면을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한 언론의 반응에 의미를 둔다.
대부분이 우호적이고 긍정적 시야로 호평을 해주었고 LA 타임스의 경우는 거의 한인들의 작품에 빨려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이내믹하고 돌발적’이라고 표현한다. 현대미술이 갖추어야할 두가지 중요한 요소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것. 이 힘 때문에 그 역시 한국 작가전을 과감하게 기획했다고 말한다.
“전시회를 하나 마련하기 위해 뮤지엄이 벌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하지요. 물론 작가들의 창작에 따르는 힘겨운 노력이야 말 할 것도 없고요. 그러나 후에 역사로 남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에 부쳐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이번에 LACMA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아름다운 족적을 남기게 해준 한인 작가들과 커뮤니티에 큰 감사를 표한다는 마이클 고반 관장은 9월20일 폐막 때까지 끊임없이 많는 한인들이 관람객 대열에 함께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벅찬 표정으로 크게 웃는다.
최정화 작가 "생각하는데로 느끼세요"
한국화가들의 작품전이 열리는 LACMA의 현대미술관 BCAM(Broad Contemporary Art Museum) 의 바로 앞 광장에는 도저히 눈을 돌리려 해도 돌릴 수 없이 눈길을 잡아 끄는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설치물들이 있다.
한점은 광장 앞에 자리한 알록달록한 바구니를 늘어뜨린 조형물. 멀리서 보면 어떤 멋있는 자재로 만든 설치미술품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싸구려 플래스틱 바구니를 연결해 놓은 아주 재미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을 만든 주인공 최정화씨. 그는 작품에 대한 컨셉이나 메시지를 물으면 늘 "생각하시는 대로 생각하시라"고 대답한다.
그는 이렇게 세계 미술계에 선문선답식 몽크 같은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별것 아닌 것들의 조합물이다. 그래서 친근하다.
"광장에 쌓여있는 작품은 여러 곳의 99센트 스토어에서 사들인 2만개의 바구니로 연결한 것입니다. 저는 컨셉만 주면 모두 학생들이 자기 마음대로 색과 디자인으로 연결하지요. 바구니는 중국산 한국산 베트남산 온갖 곳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말하자면 다문화 다민족 화합이 이뤄진 작품이라고 할까요"
한국 팝 아트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 모두 3점의 '장소 특수성'(Site-Specific) 작품을 내놓았다. 한점은 플래스틱 바구니를 매단 것이고 다른 한 점은 애만슨 빌딩의 남쪽과 서쪽 전면을 지붕에서 난간까지 화려한 색상의 넓고 긴 띠로 늘어뜨린 작품. 이 두 작품은 모두 '해피/해피'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점은 라크마의 북쪽 정원에 설치된 철조망 울타리에 관람객들이 오가며 플래스틱 용기를 걸어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쌍방향 교육 프로젝트.
모든 작품이 야외에 설치돼 윌셔가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도호 작가 "동양과 서양의 충돌 표현"
전시장 입구에 설치돼 있는 서도호씨의 작품 '떨어진 별 1/5'는 그가 어린 시절 살던 부친의 전통 한옥과 자신이 미국에 유학와 처음 거주했던 아파트 간의 격렬한 충돌을 표현한 설치미술 작품. 크기는 실제 크기보다 5분의 1 정도로 축소했다.
작품 앞에 서면 그야말로 실제로 두채의 건물이 부딪쳐 바닥에 널부러져 잇는 산산 조각 난 조각들로 가슴이 선뜩하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동양과 서양의 충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집이라는 매체는 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아의 표현이라고 할 까요."
그는 한때 어린 시절 집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며 1994년 부터 실크와 나일론 같은 얇고 반투명한 천을 이용해 건축물을 지었다. 얼마전 LACMA에서 구입한 '게이트'(The Gate)라는 작품도 그의 집에 대한 추억의 산물. 부친이 살던 한옥의 대문을 실제 사이즈로 재현했다. 재료는 실크. 반투명한 재료로 인해 몽환적이 분위기를 준다.
"작가에게 왜라는 질문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요. 작품은 물론 작가가 어떤 의도로 만들기는 하지만 관람객의 시야에서 작품의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이 즉 작품이고 느끼는 것이 바로 작품이거든요."
한국의 원로 화가 서세옥씨의 아들로 로드 아일랜드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예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창작생활 틈틈히 시카고 미술대학 등지를 돌며 강의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는 LA에서 전시를 하게 돼 저도 기쁩니다. 많이 오셔서 작품을 봐 주시면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전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서도호씨는 백남준에 이어 한국을 빛낼 최고의 화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유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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