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신분증 위조판매 단속 비웃듯···'사세요' 길거리 유혹
인적사항 적고 사진 촬영…한시간 정도면 '완벽위조'
24일 오후 2시 30분쯤 LA한인타운 7가와 알바라도 길 인근 LA맥아더 공원 주변을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아이디'를 외치는 호객꾼들이 접근했다.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여명 이상의 위조 신분증 밀매업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어떤 신분증이 필요하냐"고 물으며 따라붙는다.
불과 하루 전 두블럭 떨어진 6가와 알바라도 길에 있는 한인 운영 사진관을 합동단속반이 덮쳤고 경찰이 지속적인 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이 곳에선 다른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한 20대 라틴계 남성에게 '운전면허증은 얼마냐'고 묻자 오래된 것은 60달러 새것은 80달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새 것은 홀로그램까지 똑같다는 부연 설명이 잇따른다.
또 '어떤 신분증이 가능한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보니 영주권은 80~100달러며 원한다면 영주권-소셜카드-운전면허증 '콤보 세트'가 200~250달러라고 친절히 얘기해준다. 샘플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경찰 단속으로 샘플은 없다'고 잘라말한다.
운전 면허증을 원하는데 '다른 사람이 40달러에 해준다더라'고 둘러대자 동료를 불러 가격 흥정에 들어간다. 흥정끝에 60달러에 새 운전면허증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준비한 종이를 꺼내며 운전면허증에 필요한 이름 주소 생년월일 키 몸무게와 서명을 쓰라고 얘기했다.
신상정보를 적어주자 "사진을 찍으러 가야한다. 사진은 별도로 10달러의 요금을 내야한다"며 인근 빌딩으로 안내했다.
허름한 빌딩 내부 2층에 도착하자 작은 책상 하나와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호객꾼을 따라 온 한 흑인 여성이 신상정보를 종이에 적고 있다. 곧 흑인 여성의 사진 촬영이 시작됐다.
이 흑인 여성이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하얀 천이 붙은 벽앞 의자에 앉자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한 뒤 "맘에 드냐"고 사진을 보여준다. 안내한 호객꾼이 "지금 촬영한 사진이 운전면허증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면허증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묻자 "1시간이면 된다"며 "진짜와 똑같지 않다면 돈을 안받겠다"고 호언 장담을 한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호객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구 모든게 준비됐으니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약속 장소인 7가와 알바라도 길 인근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서자 호객꾼이 면허증을 건냈다. 육안으로는 진짜와 구별이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 물건 확인 후 60달러를 건내자 그는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곽재민.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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