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지금] 오바마 부친과 화해한 미 백인, 동족끼리도 '소통' 안 되는 한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오바마의 친아버지(오바마 시니어.사진.1936~8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케냐 출신인 오바마 시니어가 1960년대 초 하와이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하루는 백인인 그의 장인(오바마 대통령의 외조부)과 친구들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와이키키 바'라는 동네 술집에 가서 합석했다.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기타 연주를 들으며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백인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깜둥이 옆에서는 좋은 술을 마실 수 없어!"라고 말했다.
갑자기 술집이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오바마 시니어를 바라봤다. 한판 싸움이 벌어지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백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짓고는 편견의 어리석음과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인간이 가진 보편적 권리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백인은 미안했던지 주머니에서 돈을 100달러나 꺼내 오바마 시니어에게 줬다. 그 돈으로 그날 밤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공짜로 술을 먹었고 남은 돈으로 오바마 시니어는 그달치 집세를 냈다.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하면 용납하지 않으려는 감정과잉 사회 합리적 설명을 들어도 '패거리의 이익'에 어긋나면 한사코 귀를 틀어막는 소통불능의 우리 풍토에서는 오히려 '흑인이 하는 옳은 말'을 듣고 즉석에서 잘못을 사과한 '그른 말을 한 백인'이야말로 오바마 시니어 못지않게 대단한 인물로 보인다. 합리성.도덕성을 내면화한 '근대적 개인'은 우리에겐 아직 요원한가.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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