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굳세어라, 아들아
나는 아들이 공학을 공부하고 나서 세계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기를 원했었다. 오래 전부터 과학 기술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믿음을 내가 가져 온 것은 서울에서 일할 때 과학자들을 많이 만났던 탓이기도 했다.일을 하면서 만난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잘 만든 제품 하나가 한 국가를 먹여 살리는 현실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래서 앞서가는 신기술 한 가지가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인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는 항상 하고 있었다.
아들이 공학을 공부하기를 바란 것은 그런 이유였는데, 아들에게 과학적 적성보다는 문과적 성향이 더 강함을 알게 된 뒤로는 막연하게라도 목표를 세워 공부를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로스쿨을 가도록 권했었다.
어려서부터 글 잘 쓰고 질문이 많았던 아들이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는 가운데 법을 공부하면, 현실 세계에서 기여할 일도 많아 보여서, 꼭 법관이나 변호사가 아니어도 여러가지 분야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기업과 정부에는 로스쿨 출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로 서지 않아도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공학자가 될 가능성이 없음을 안 후부터는 아들에게 로스쿨 진학을 권해왔었다. 그러나 몇 개월 전, 아들은 나의 바람과 달리 음악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음악 작곡을 전공하겠다는 아들을 보면서, 부끄러울 만큼 화도 내었고,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다 해주었지만 아들의 의지는 강하기만 했다. 아내는 속상함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까지 지었는데, 아들은 차갑게 자기 의지의 굳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무엇으로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확인할 것인가? 왜 아들은 그리도 음악을 고집하는가? 나의 속상함은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꾸준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들은 능숙하게 연주하는 악기로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적도 없었다.
학교 밴드 등에서 연주하고, 학교 합창단과 뮤지컬에서만 노래를 했지, 개인적으로 음악적 능력을 검증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타고난 재능없이 약간의 즐거움만으로 갈 길을 정하는 실수를 할까 걱정을 했다.
그런던 중, 이 달 초, 나는 아들이 지역의 다른 고등학교 스프링 콘서트에 가야한다고 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이 지역 고교들 중에서 가장 연주를 잘 하는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 학교답게 학생들의 연주 실력은 훌륭했다. 클래식과 영화 음악, 대중 음악을 오가는 그 날의 프로그램은 청중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날의 연주 곡목 중 한 곡의 편곡자로 아들의 이름이 인쇄되어있는 것이 프로그램에 보였다. ‘그래서 이 놈이 왔구나.’ 아들이 그 전부터 그 날의 콘서트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났다.
작년부터 아들은 학교에서 AP 음악 이론을 공부하면서 학교 합창단에서 부를 노래들을 편곡했다. 또 자기 맘에 드는 음악들을 골라 현악4중주 등으로 편곡을 해서 친구들에게 연주를 하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음악을 연주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유투브에 올려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았고, 아들의 편곡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들이 미 전역으로부터 아들에게 악보를 요청해왔다.
그러다가 지역의 한 고등학교 오케스트라 디렉터가 그 동영상을 보고 아들에게 자기 학교 오케스트라가 쓸 음악을 요청해 와서 아들은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을 했다.
그 날, 지휘자는 아들이 편곡한 곡을 연주하기 전에 곡을 해설하고 아들도 소개를 했다. 고교생이 편곡했지만 현악기의 각 파트 특성을 파악하여 편곡이 잘 되었음을 소개한 지휘자는 청중 가운데 그 편곡자가 와 있다며 아들을 호명했다.
아들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에게 인사를 하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아들이 음악을 하는 것을 실감했다.
그 동안 아빠인 나의 머리 속에는 아들이 음악을 하는 모습이 의미있게 그려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들은 혼자서 음악을 공부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에 나는 아들에게 기타를 들고 와서 피아노 앞에 앉게 했다.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각도에서 아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이 사진을 사용해라. 인터넷 공간이나 다른 모든 곳에서 너의 이미지를 보여줄 때 이 사진을 써라. 너는 음악하는 사람이다.”
아들이 무슨 공부를 하건, 무슨 일이 아들에게 일어나든지 아들 편에 서야겠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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