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 한국에 가면···신종플루 '따가운 시선'
'목 좀 아프다' 해도 체류지 제한 '낭패'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H1N1)의 감염자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접국가인 미국, 특히 LA는 조용한 반면 한국에선 예방과 검역 움직임이 부산하다. 신종 플루로 인해 한국 입국은 이미 ‘좁은 문’이 된 상황. 이로 인해 적지않은 한인이 ‘엉뚱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친목회 멤버들과 함께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던 이모씨. 입국시 보건당국이 나눠준 검역 설문지에 질문과 연락처를 작성한 뒤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날 보건당국은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특별한 증상은 없나'라고 질문을 했고 이씨는 '목이 좀 아프다'라고 말했다.
검사를 받으라는 권유에 이씨는 가까운 강동보건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씨는 보건소측이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 거주지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길 경우 무단이탈로 벌금과 함께 구속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주말이 겹친 관계로 결과는 3일이나 지나서 나왔으며 그 동안 이씨는 지인들도 만나지 못한 채 촉박한 일정속에 귀국해야만 했다. 이씨는 "목이 아프다는 말만 듣고 '감금'까지 당해 불쾌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괜찮나" 안부 전화 폭주
▷밸리지역에 거주하는 폴 최(38)씨는 며칠 전 새벽에 한국의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서 신종플루가 유행이라는데 혹시 감염되지는 않았느냐는 안부전화였다.
자다 일어난 최씨는 목이 잠긴 상태로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부모는 "목소리가 이상하다"며 병원에 갈 것을 종용했다. 최씨는 "신종플루 경보단계가 '대유행'으로 격상돼 주의는 하고 있지만 오히려 발생지 멕시코와 가까운 LA는 조용한 편"이라며 "하지만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더 큰 소란을 떠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염될라" 미 방문 연기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FTA 관련 논의를 위해 지난달 초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미재계회의도 불발됐다. 국익과 관련된 중요한 회의였지만 참가자들이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우려로 미국방문을 꺼려 올 가을로 연기됐다.
공항 검역 대처법 등장
▷7월 초 한국출장을 앞두고 있는 정인식(52)씨는 얼마 전 한국을 다녀왔던 지인으로부터 '공항검역 대처법'을 배웠다. 비행기 탑승 전에 해열제를 먹고 도착한 뒤 보건당국의 질문에는 무조건 '이상없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아는 지인이 기내에서 단순감기에 걸려 검역원에게 증세를 말했다가 신종플루 감염 의심자로 분리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출장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괜찮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미국 유학생 8명과 캐나다 유학생 1명 등 10명이 확진환자로 판정돼 한국내 발생환자가 총 8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인 확진확자가 늘고 방학시즌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한국 입국은 '고생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정부는 입국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섭씨 37.8도가 넘은 사람이 있으면 그 승객이 탑승했던 비행기 모든 승객의 체온을 정밀검사하고 있다.
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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