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크루즈 여행기, 바로 눈앞에 수천년 빙하의 역사가···
만년설 녹아 내린 폭포에 넋잃어
유람선 음식·대화도 '황홀한 추억'
그날도 '우리 언제 꼭 만나자'는 말만 수화기 너머로 주고받던 중이었다. "서로 가기도 힘들고 오기도 힘들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아이디어가 의기투합하면서 나라관광의 '미주 한인의 날' 기념 7박8일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함께 계획하게 됐다.
우리가 탄 크루즈는 골든 프린세스. 거대한 섬 같은 이 크루즈에 승선한 직후부터 나는 곧장 크루즈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잠자리나 식사 외에도 아프면 의사의 치료를 즉시 받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배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착한 기항지마다 랜드투어를 통해 지역을 둘러보는 편리함도 맘에 쏙 들었다.
게다가 오랜 지인들을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감격도 크루즈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호화 유람선답게 매번 만찬마다 나오는 푸짐한 별미를 먹으며 친구.지인들과 함께 지나간 추억을 대화로 나눈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크루즈 안의 생활을 익히느라 정신없이 첫 날을 보낸 뒤 새벽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갑판에 나왔다.
캐나다와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갑판에 서서 바라본 파란 바다와 나무가 만년설이 쌓인 산 양쪽에 펼쳐진 광경은 얼마나 멋진 지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갑판에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앉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계곡 사이로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폭포가 쏟아지던 소리도 잊을 수 없다.
알래스카 주노에 입항해 만년설과 수백 년 수천 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빙하를 둘러보면서 빙하가 갖고 있는 색깔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 배웠다. 70년 전에 녹아서 내려온 빙하가 바다처럼 넓게 얼어있는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알래스카에서 제일 먼저 만난다는 자연마을 캐치칸 사람들의 조각 기술은 훌륭했다. 그 곳에서 쳐다본 청명한 하늘 아래 나무 위에 앉아있던 독수리의 모습에는 위엄이 있었고 멀리서 어슬렁 걸어가는 두 마리 곰들의 몸집에는 평화가 쌓여 있었다. 동이 트기 전 캐나다 빅토리아 섬에서 맞은 시원한 새벽 바람 속에 깃든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은 여행자의 기분도 부드럽게 만들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시애틀에서 모처럼 된장찌개와 갈비찜 김치를 먹으면서 7박8일동안 함께 한 친구 지인들과 작별을 나눴다.
이번 크루즈 여행은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으로 더 기억에 남는다. 영어도 잘 모르고 여행이 낯선 이민 1세들에게 크루즈 여행은 나처럼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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