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디지털 TV가 안나오나요
부소현/JBC 기자
TV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한 전기공학자가 수년간의 끈질긴 노력끝에 1926년 최초로 TV를 발명해 1929년 영국의 비비시(BBC)가 TV방송을 시작했다.
작은 브라운관을 통해 움직이는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너나 할 것없이 TV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빠른 발전을 거듭한 TV는 총천연색 화면을 쏟아내는 컬러TV를 발명하는데 성공했다.
컬러TV는 인류역사상 가장 급격한 미디어 혁명이라 불리며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보급됐다. 그러나 컬러 TV의 등장이 '바보상자'라는 TV의 오명을 씻어 내주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보기만 해야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TV이다.
디지털 TV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선명한 화면과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제공하고 원활한 쌍방향 통신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디지털 TV 시대가 열림에 따라 시청자들은 보다 다양한 컨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TV의 잇점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컨버터 박스와 디지털 수신 안테나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지난 2월로 예정돼 있던 디지털 전환을 이번달로 4개월 연기했다. 시청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배려에서 나온 조치다. 또한 컨버터 박스 구입에 필요한 쿠폰까지 지급하며 불만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조사결과 아날로그 TV 보유 가정 가운데 200만가구 정도가 아직 디지털 수신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해 주는 컨버터 박스와 디지털 수신 안테나가 없는 아날로그 TV보유 가정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개막으로 선명한 화질의 영상 대신 백색화면의 무용지물을 갖게 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기자는 기사를 통해 이에 대한 내용을 몇차례 다뤘다. 아날로그 TV와 디지털 TV 케이블과 위성 TV 가입 가정별로 나눠 디지털 방송의 수신을 위한 준비 방법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 애썼다.
기자의 노력이 부족해서 일까? 아날로그 송출이 중단된 당일 전날까지 멀쩡하게 나오던 TV를 전혀 볼 수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컨버터 박스를 설치했는데도 수신이 안된다는 내용부터 디지털 전환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까지 다양했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으로 시청자들은 더 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어 방송도 늘어나 TV를 친구삼아 지내는 한인 노년층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디지털 TV가 시청자들에게 더 큰 불편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에게 한 선배가 묻는다. 컨버터 박스만 있으면 문제없이 방송을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컨버터 박스를 설치하더라도 디지털 송출을 수신하려면 디지털 안테나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이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주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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