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북핵 분석' 부끄러운 자화상
정구현 기자/사회부
우선 첫인상 부터 그랬다. 6피트3인치(190cm)의 큰 키에 마른 체형때문이다.
2시간여 가량 인터뷰 후에는 그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사일처럼 그의 머릿속은 북한에 대한 정보와 지식으로 가득했다.
본지 11일자 A-1면에 보도된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57) 박사다.
그와의 인터뷰는 '과외 교습'에 가까웠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핵무기의 차이점조차 명확히 몰랐던 기자에게 그는 도표와 그래프를 제시했고 때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2시간 넘도록 친절히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장기 고수(Expert chess player)'라고 했다. 이미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가 성공인가?' '왜 로켓발사와 핵실험이 연달아 진행됐나'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아들 김정운에게 '선물'이자 북한 군부를 움직이는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하면 큰 목적은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무릎을 치게 하는 분석이었다. 또 북한 몰락에 대비해 한국정부가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는 '애굽의 요셉론'에서는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기 까지 했다.
아무리 북한 전문가라지만 금발의 파란눈의 외국인이 꿰뚫어 보고 있는 점을 우린 왜 모른척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북한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착착 계획을 진행하는 사이 또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그의 의중을 분석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싱크(Think) 탱크' 대신 '마우스(Mouth) 탱크'만 있는 것 같다. 말들 그만하고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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