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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비교의 아픔

서울에서 중고생 시절 살던 아파트의 바로 옆집에 같은 나이의 여학생이 살았다. 명문학교인 진명여고의 예쁜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 저녁 등하교 시간에 비슷하게 집을 나서고 돌아왔던 그 아이는 공부를 제법 잘 했었다.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서 항상 부모님 속을 썪였던 나와는 반대로, 성적이 늘 선두 그룹에 속했던 그 아이는 고교 졸업 후에 명문 여대에 진학을 했고 나는 재수를 해야 했다. 대학생 티를 마구 내면서 그 아이가 대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학원을 다녔다.

내가 지금도 그 아이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 아니다. 사춘기의 내가 그 아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내 기억 속의 그 아이 모습 중 절반 이상은 순전히 어머니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것들이다. 공부하기 싫어했던 나를 보시면서 늘 속이 상했던 어머니는 반상회를 갔다 오시는 날이면 유독 나를 들볶았다.

반상회라는 것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동네의 발전을 위한 여러가지 이슈에 관해 회의를 하는 자리이면서도 일단 모이면 온갖 이야기를 다 하는 곳이라는 것을 나는 옆집 아이 때문에 알았다.

“옆 집 딸은 공부를 잘 해서 늘 1, 2 등을 다투는데, 너는 뒤에서 1, 2등을 다투는구나.”

“옆 집 딸이 법학과에 입학했는데, 나중에 판검사가 되려나 보다. 그 아이 엄마는 얼마나 좋겠니?”

어머니는 공부 잘하는 옆 집 딸 아이를 그렇게 부러워 했다. 또 나와 그 아이를 내어놓고 비교했다. 성적표를 받는 날에는, 늘 책을 놓지 않는다는 그 아이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도 내가 그 아이와 그리 친하게 지내지 못한 데는 어머니의 잔소리 영향이 컸다. 나는 은연중에 그아이를 마음 속으로부터 싫어하기까지 했다. 멀리서 보면 일부러 거리를 두고 걸어서, 집까지 가는 동안 그 아이를 만나지 않도록 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기억때문인지, 나는 후에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된 이래로 아들과 다른 집 아이들을 비교하는 일을 경계해 왔다. 내가 겪었던 ‘비교의 아픔’을 아들에게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아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다른 집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아이들처럼 내 아들도 더 잘 해주기를 바라면서 ‘비교의 본능’이 서서히 내 안에도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회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자녀들 중에는 왜 그리 똑똑하고 뛰어난 아이들이 많은지, 두드러져 보이는 아이들은 다들 명문학교를 입학하고 우수한 성적을 자랑한다. 하나같이 악기를 잘 연주해서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한다. 스포츠도 잘해서 학교 대표를 하고, 심지어는 외모도 뛰어나다.

한인 사회의 교회는 내 어린 시절 한국의 동네 반상회를 뛰어넘는 것 같다. 신앙생활을 이끄는 것 이외에 타지에 나온 한인들이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도 수행하는 교회에서 교육과 자녀들의 이야기는 화제의 절반을 넘는 것 같다. 다른 가정 자녀들의 성공 사례를 듣고 보면서 자기 자녀 교육에 유익한 적용을 하는 것은 장려할 만 하다.

그러나 단순히 부러운 마음만을 느끼고 아들 앞에서 다른 집 자녀를 이야기하다가 은연중 ‘비교의 아픔’을 줄까 봐 늘 조심해 왔다. 어머니의 비교로 인한 나의 청소년기가 늘 기억되어서였다.

지금까지 조심하고 자제하고 경계해 온 것을 앞으로도 지속해야겠다. 그리고 ‘비교의 본능’이 내 속에서 꿈틀거려도 아들에게 ‘비교의 아픔’을 주지 않도록 애써야겠다. 더 잘하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할 일이지, 다른 집 아이처럼 해보라는 말은 참고 묻어두어야겠다. 아들이 나를 다른 집 아빠와 비교하고, 아내가 다른 집 남편과 나를 비교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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