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GM 파산보호는 끝이 아니다
황순화/GE코리아 전무
GM의 국유화에 대해 'General Motors'가 'Government Motors' 로 전락했다는 비난 일색이다. 하지만 GM의 몰락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때 이른 감이 있다. 중병에는 걸려 있으나 정부 주도의 재활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뉴GM은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뉴GM은 시보레 캐딜락 뷰익 GMC라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슬림화됐다. 금융권 채무도 대폭 면제받고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에서도 자동차 노조(UAW)의 획기적인 양보를 얻어냈다.
원가 품질 디자인이라는 3대 경쟁요소 중 GM의 발목을 잡았던 원가 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유용하게 썼던 방식이다. 당시 GM은 4억 달러를 동원해 대우자동차의 우량자산만 인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주요 자동차 업체를 국유화한 경우는 드물지 않다.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프랑스의 르노는 국유화의 아픔을 딛고 다시 강해졌다.
로버는 영국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결국 국유화는 일시적인 경영 안정을 도모할 뿐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뉴GM의 생산규모는 연 500만 대 정도로 여전히 세계 5위권이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규모다. 오펠의 매각으로 유럽의 거점을 잃었으나 중국.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와 남미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다.
GM대우를 통해 소형차 부문을 강화하고 중국산 저가차를 수입.판매한다는 계획이 맞아떨어지면 뉴GM의 경쟁력이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크라이슬러도 피아트와 협력해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만들어 낸다면 한국과 일본 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재등장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자국업체 보호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따라서 GM과 크라이슬러가 흔들리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가 기대하는 반사이익은 단기에 그칠지 모른다. 다만 뉴GM에서 소형차의 개발.생산 거점이 된 GM대우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GM 내 오펠이 맡았던 중형차의 개발까지 떠맡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
GM 사태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근간은 제조업이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제조업의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GM은 19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물들어 단기 수익과 머니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값싸고 질 좋은 일본 소형차들이 밀려올 때 정면 승부 대신 어차피 수익성이 나쁜 자동차 분야라고 순순히 자리를 내준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GM의 주주 경영진 노조 종업원이 모두 안일함에 빠져 자기 몫 챙기기에 열중하느라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고갈시킨 점도 패착이었다. 이들은 상황이 나빠지자 서로 비난만 하다 결국 함께 망했다.
GM이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와 차종을 유지하느라 비효율을 자초한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동안 해외를 중심으로 생산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차종과 지역에 집중하고 그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차 개발도 소홀해선 안 된다.
정부의 지원은 중요하지만 개발 리스크와 원가 부담을 낮추려면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 GM이 남긴 가장 값비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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