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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진짜 잘나가나? 고환율 '반짝 실적'···절반의 성공

빅3·도요타 등 대형업체 직격탄에 반사이익
시장위축속 글로벌 경영능력·기술력 키워야

지난해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현대.기아차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듯 했다. 미국 내수시장의 비중이 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발판으로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려던 도요타도 휘청거렸다.

이에 비해 생산량 기준 세계 6위권인 현대.기아차는 소형차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비교적 낮은 미국시장 점유율로 금융위기의 여파를 비켜갔다. 지난 1분기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미국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한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은 '현대차가 위기에도 선전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성장률이 -37%로 1963년 1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선 오히려 14.3% 성장해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이는 미국시장에 진출한 모든 자동차 업체 중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이어지는 소식이 없다.

2월부터는 현대차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선전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대수는 줄어들지만 시장점유율은 올라가고 있다. 전체 시장규모의 감소폭보다 현대차 판매 감소가 완만하다는 뜻이다.

이런 현대차의 선전을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지난 3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미국시장에서 성장을 했었다. 하지만 4월에 들어서면서 10%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지난해 1~4월에는 출시하지 않았던 모닝이나 모하비 등이 포함된 수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1~3월의 성장세도 유기적인 성장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지만 30% 이상 크게 실적이 악화된 도요타 등 일본차나 미국의 빅3에 비해 그 강도는 약한 편이다. 자동차 구입 후 1년 내에 실직 시 차를 되사주는 '현대어슈어런스' 등 공격적 마케팅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선전이 현대차 자체의 경쟁력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환율 등 외부변수 효과가 컸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해준 환율이 1분기에는 달러당 평균 1418원을 기록하다가 5월에는 평균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환율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시장에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충격파가 없는 한 원화가치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수요 위축을 고환율에 의한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왔던 현대.기아차 그룹으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자동차 시장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예측 회사인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20% 안팎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좀처럼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든 2007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특히 2009년은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지역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자동차산업연구소의 예측도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더 많이 노출된 일본 업체와 미국 업체에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최강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4369억 엔(약 5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창사 70년 만에 첫 적자다.

도요타의 부진 요인 중에는 무리한 해외생산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

유연한 생산체제로 수많은 위기를 넘어온 도요타이지만 최근 덩치를 급히 키운 탓에 세계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됐다. 생산능력 확장으로 도요타는 인건비나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 판매감소에 따른 타격이 훨씬 컸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점은 도요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도 생산능력을 국내 300만 대 해외 300만 대로 늘렸으나 과연 지속적으로 그만큼 판매할 수 있느냐는 것은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도요타보다 더 최근에 해외공장 신설과 증설에 나섰다. 신.증설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1~2년 후에도 세계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는 도요타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해외생산 시설을 급격히 늘리면서 글로벌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생산시설이 60만 대인 인도에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차질이 빚어진 사례는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금확보 측면에서 보면 현대.기아차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도요타에 훨씬 못 미친다.
도요타의 유보금은 현금 26조원을 포함 150조원에 달한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6조~8조원의 유보금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올라가면 해외판매가 부진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직도 해외시장에서 저렴한 차로 인식돼 있는 현대.기아차는 경쟁사보다 가격정책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품질이나 브랜드 중심의 일본.독일차에 비해 현대차는 가격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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