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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직도 '낙하산 인사' 인가

미셸 스틸 박/가주 조세형평위원

우리는 최근 타운의 주요 한인 언론을 통하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LA지역협의회 차기회장 관련 기사를 접하며 깊은 우려에 잠겨 있다.

느닷없이 한국에서 신임 회장을 내정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정자는 이곳 현지에서 후보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아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했다고 한다.

평통은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통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여 민족의 염원인 평화 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범국민적 통일 기구이다.

그리고 LA지역협의회는 동포 사회에 통일 기반을 조성하고 미국 주류사회의 한반도 통일 지지기반 확산에 힘써야 하며 한인 2~3세의 통일 의식 함양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평통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 충분 조건이 전제 되어야 한다.

가장 우선돼야 할 자질은 영어를 잘 해야 한다. 특히 미국 정책을 이해하면서 그 중심 맥을 따라갈 수 있는 깊은 안목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 및 타 커뮤니티와의 연대와 봉사 경험도 풍부해야 하고 타운 동포들의 정서까지도 파악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정책 관계자를 찾아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경험 그리고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해외 평통위원회의 역할은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다리다. 한국 평통의 경우 한국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따라가야 하겠지만 해외지역 평통은 한국 정부에 해외의 반응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중요한 자리를 한국 정부가 요즘 너무 가볍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낙하산 인사는 구태에 젖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떨쳐 버려야 할 유산이다. 평통의 발전적 운영과 향상을 위해서라면 낙하산 인사는 이젠 멈춰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아우르며 담아낼 수 있는 인사가 평통을 맡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 모씨를 알지 못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어떤 분인지 알지도 못하기에 그에 대하여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평통 회장 인선과 관련하여 이곳 LA 동포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은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평통이 무슨 일을 하며 왜 필요한 단체인가 하는 것 조차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단체의 장을 선임하는 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본인도 미국에서 선거에 의해 이 자리에 선출되었다. 민주적 절차는 지루하고 답답한 설득과 협상을 거쳐야 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매력 없는 방식이지만 그래도 독선을 접고 시대적 흐름인 변화와 소통을 실천하는 지름길이다.

이번 낙하산 인사를 접한 뒤 한국 정부가 LA 동포들을 '세컨드 시티즌'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낙하산 인사가 번번히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한국 정부에 대단히 실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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