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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10년 만의 미소

아들이 천진 난만한 얼굴로 노래를 하고 율동을 할 때, 사람들은 모두 웃음 지으면서 아들을 보았다.

서울에서 다니던 교회의 유치부 행사에서 아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노래를 했었다. 그 때 아들은 수 백 명의 어른들이 보는 눈을 의식하지 않고 노래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런 아들이 미국에 온 이후로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사람들 앞에 서곤 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어린 아들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새로운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짐작이 간다.

어른으로서 영어를 익히고 공부를 하러 온 나도 적잖이 힘들었으니 아들의 학교 생활이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은 자명하다. 종종 학교를 가서 아들이 참여하는 연주회와 각종 행사를 볼 때면, 아들의 긴장하는 눈빛을 어김없이 보아야 했다. 상을 받을 때조차 아들은 웃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미국 생활에 익숙해지면 그런 긴장의 표정도 사라질 줄 알았다. 또 아주 어릴 때는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을 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제 커가면서 사람들 앞에서 긴장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보통이 아닌가 하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동안 아들은 사람들 앞에서 늘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들은 여러가지 행사에서 긴장하는 얼굴로 인하여 두드러져 보이기까지 했다. 다른 아이들은 웃는 얼굴로 노래를 하고, 합창단 전체가 부드러운 율동을 할 때, 노래하는 아들의 얼굴에는 긴장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조명 아래 아들의 표정이 약간 굳어 있는 것으로도 아들은 금방 달라보였다. 또 다들 부드럽게 율동을 하는데, 아들의 몸은 왜 그리 긴장을 못 푸는지, 뻣뻣한 아들은 무대 위에서 이래 저래 달라 보였다.

“잘 하려고 하면, 긴장하고, 긴장하면 잘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즐기도록 해라. 즐기다보면 잘 할 수가 있을 거야.”

내가 아무리 말 해주어도 아들은 무대에만 오르면 긴장의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것이 아들의 개인적인 성격이 아니라, 단정함을 강조하는 한국인들의 유교적인 문화인가 아니면 우리 집안 내력인가 하는 생각까지도 해 보았다.

나도 그렇고 또 다른 한국 아이들도 아들처럼 긴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 나는 전과 다른 아들을 보았다.

학교에서 열린 합창 공연에서 아들은 혼성 합창, 남성 합창, 학년 합창 등으로 구분된 프로그램에 나가 여러 차례 노래했다. 나는 아들의 표정과 동작을 유심히 살폈는데, 아들은 전과 달리 편안한 얼굴로 노래하고 있었다. 아들의 표정이 긴장을 하지 않으니, 동작도 자연스러웠다.

편안한 얼굴에 유연한 동작으로 노래하는 아들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 가운데 긴장하고 동작이 경직된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나는 무대 위의 아들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노래를 하면서 음악의 흐름을 따라 편안한 율동을 섞어서 노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교생들이 합창을 한다고 하면 보통 줄을 맞추어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지휘자를 따라 노래하는 것을 연상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달랐다. 줄 서는 것 없이 자유롭게 어울려 서서 마치 뮤지컬처럼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했다. 그래서 그 분위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긴장된 표정과 동작을 가진 사람은 금방 눈에 띄고, 심하면 무대 위의 공연을 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늘 남 따라서 남과 같이 행동을 하면서 사는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부드러운데 혼자 경직된 아들을 보는 것은 그리 편치 않았었다. 생각하니, 아들이 무대 위에서 다시 미소를 찾는데 10년이 걸렸다.

미국에 온 이래로 이번처럼 편안하게 사람들 앞에 선 아들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들에게 칭찬을 한껏 해준다. 그리고 궁금하다. 무엇이 아들의 변화를 만들었을까.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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