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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감시·정찰장비 대거 한반도 투입…위성·정찰 활동 늘리고 조기 경보기 고려

합참의장-연합사령관 '상설 MC' 가동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지진파가 감지된 지 1시간30여 분이 흐른 25일(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 김태영 합참의장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 미군사령관과 지휘통신망을 이용한 통화를 했다. "북핵 실험 사태와 관련해 상호 긴밀한 정보 협력과 대응 체제를 유지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틀 뒤인 27일 오후 늦게 두 사람은 다시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북한이 '강력한 군사 타격'을 위협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통화에서 한.미 간 합의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28일 오전 7시15분을 기해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결정이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의장과 샤프 사령관 사이에 상설 한.미 군사위원회(MC)가 가동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워치콘 강화는 한마디로 북한의 군사 상황을 좀 더 정밀하고 긴장감 있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우선 미국의 대북 감시.정찰 장비와 인력이 대거 한반도에 투입된다. 군 관계자는 "일단 장비와 인력 가동을 워치콘Ⅲ 때보다 2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산기지에 배치돼 있는 U-2기 고공 전략정찰기와 RC-135 RF-4 정찰기는 출격 횟수를 갑절로 늘리는 방식으로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한다. 정찰위성도 한반도 지역 촬영 횟수를 늘렸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손바닥처럼 사전에 들여다볼 수 있는 주일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는 한국이 요청하면 미국 측이 즉각 지원하기로 했다.

한.미 양측은 북한에 대한 징후 목록을 만들어 운용해 왔다. 북한의 각종 군사 움직임을 점검하는 일종의 체크리스트다. 여기에는 관영 매체나 성명을 통한 위협은 물론 ▷군사 통신량 증가 ▷군부대.병력 이동 ▷전시물자 방출 등이 포함된다.

비록 워치콘의 등급은 높아졌지만 현재로선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특이 징후는 없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한.미 양측은 워치콘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김 의장과 샤프 사령관이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에서 열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각별히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이 이 회의의 무산을 노려 핵실험 감행에 이어 산발적인 미사일 발사 같은 긴장 조성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특별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경우 한반도는 불안 지대라는 인식이 퍼지고 북한의 도발카드가 주목받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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