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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다녀오며

필자는 70년대 한국에서 애틀랜타에 이민올 때 단돈 1000달러를 들고 왔다.

필자처럼 수백달러만 들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온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가난한 조국에서 외국으로 달러를 갖고 나가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민오면서 '우리 조국은 왜 이리 가난한가'라며 한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후 한국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달했다. 더이상 외화가 모자라 허덕이는 일도 없고, 한국제 자동차와 TV, 휴대전화가 미국에서 날개돋힌듯이 팔리는 것을 보고, 아무 상관없는 필자조차 어깨가 으쓱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는 우리들로서, 한국이 잘되면 미국에 사는 우리들까지 자랑스러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한국에서 내세울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있으니, 바로 정치였다. 필자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돼 박정희 대통령이 총탄에 맞아 서거한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국가원수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데 대해 충격이 컸고, 우리 국가 지도자가 과연 이런 최후를 맞아야 하나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이후로도 미국뉴스에 나오는 한국정치는 언제나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이나 시위 등이어서,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꺼리가 아니었다. 전직 대통령들이 수의를 입고 재판정에서 선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정치문화는 많이 변했다.

그의 공과에 대해 찬반의 논란이 많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를 없애는데 노력하고 민주화에 기여한 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노 전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뿌듯했다.

정권이 교체돼고 서로 정당이 다른 대통령이 서로 돕고 인사하고 존중하고,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미국처럼 퇴임 후 존경받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기대를 걸어보았다.

엊그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들었다. 애틀란타에 사는 한인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봉하마을에서 국민장으로 치를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같아서는 봉하마을에 차려진 분향소에 가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어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차려진 분향소에 묵념을 하고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평소 노무현 대통령에 호의를 가졌든 안가졌든, 조국을 떠나사는 우리 한인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아 한인회에 차려진 분향소에 다녀오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고인이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말했듯이 한 생명 앞에서 이념과 당파는 제쳐놓고 일단 묵념을 표하는 것이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다. 나아가 미국에 살면서 바빠서 조국을 잊고 사는 우리 한인들이, 노 전대통령을 애도하면서 조국에 대한 하나된 마음을 갖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승남 미주한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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