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위원 출신 안병우 교수 '노 전 대통령, 기록 중요성 알아'
'통치 기록 자세히 남기도록 지시'
현재 조지워싱턴대학 교환 교수로 워싱턴에 체류중인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참여정부 시절 2년반 동안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기록관리혁신전문위원회에서 간사를 맡았었다. 이 위원회에서는 ‘국가기록관리 혁신과제 추진계획’을 주도했었다.
안 교수는 우선 노 전 대통령을 ‘굉장히 특이한 대통령’으로 기억했다. 그간 한국의 역사를 통틀어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통치행위와 관련한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었다.
가령 현재도 국가기록원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취임사가 보관돼 있지 않다. 또 대통령이 장관 등을 임명할 때 보고받은 인사 검증 자료나 청와대 사정 파트에서 작성한 비리 관련 자료 등도 전혀 없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가재건최고회의 회의록과 10월 유신 단행 배경 문서 등도 찾을 수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삼청교육 및 언론 통폐합 관련 기록도 사라졌다. 급기야 기록원 측에서는 지난 수년간 전직 대통령을 찾아 다니며 회고담을 듣거나 개인적으로 보관중인 기록을 건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비서관과 관련 부서 공무원 등을 상대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차 강조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노 대통령의 이런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청와대 어떤 비서관들도 그 어느 누구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주무 비서관은 안 교수에게 직접 찾아와 “대통령께서 기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는 것.
안 교수가 몸담았던 기록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부의 각 부처 모든 기록들을 통합해 모으는 일이었다. 또 대통령 기록관을 임명해 대통령의 모든 언행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는 결국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정착시키고 정책기록 결정 과정을 가장 정확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록관리혁신전문위원회는 지금의 국가기록원으로 승격돼 정부의 각종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이 국가기록원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 해프닝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부 기록을 유출해 사저로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안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도 “반출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기록의 원본은 기록원에 보존돼 있는 상태에서 사본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이 기록물은 비밀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기밀유출과도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회고록을 출간 등에 필요한 각종 참고기록은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안 교수는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한 단면을 보더라도 그 분의 성품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투명성과 합리성으로 점철되는 고인의 품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다”고 회고했다.
천일교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