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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디트로이트'···유령도시 같은 폰티액 도심

For Sale, For Lease 간판 즐비
광활한 GM·크라이슬러 공장 적막
넷 중 한 명이 실업자 '앞길 막막'

지난 5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위성도시 폰티액. 용맹한 인디언 오타와족 추장 폰티액의 이름을 땄다는 이 도시의 중심가 사지나우는 길 양쪽 점포가 대부분 텅 비어 있어 버려진 거리 같았다.

‘For Sale(매도)’ ‘For Lease(임대)’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이른 오후이건만 길거리 행인조차 없어 유령 도시를 연상케 했다.

지금은 폐허로 변했지만 한때 이곳은 잘나가던 자동차 타운이었다. GM의 대표 브랜드 폰티액도 1926년 이 도시에서 처음 생산돼 그런 이름이 붙어졌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도시 전체가 시들기 시작했다. 90년대 말 7만3000여 명이던 인구는 현재 6만6000여 명으로 10% 줄었다. 자동차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은 가난해졌다.



시 재정도 궁핍해졌다. 대형 병원이 문을 닫고 시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딱지를 떼던 주차단속원 샌드라는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모두 떠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폰티액 도심에서 10분쯤 달리자 조업을 멈춘 거대한 GM 트럭 생산공장이 나왔다. 광활한 공장 옆 주차장은 직원들의 차 한 대 없이 적막하기 짝이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사에 매각돼 장차 스튜디오로 개조될 예정이라지만 지금은 버려진 건물에 불과했다.

옆 도시 워런으로 넘어가자 지난달 30일 파산한 크라이슬러의 비참한 모습이 목격됐다. 이곳 크라이슬러 트럭 조립공장도 지난달 말 멈춰 섰다. ‘세계 최고 픽업트럭의 고향’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공장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디트로이트로 향하면서 거리 풍경들은 더 비참해졌다. 디트로이트 슬럼가가 시작된다는 8마일로드를 지나자 검게 불탄 주택들이 계속 보였다. 생활고 끝에 보험금을 노린 주인이 불을 지르고 떠나간 집들이다.

디트로이트의 경우 지난 3월 실업률이 23.2%에 달했다. 4명 중 한 명꼴로 실업자란 얘기다. 방만한 경영, 이기적인 노동운동 등으로 만신창이가 돼 죽음에 이른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웅변하는 풍경들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크라이슬러 엔진공장에서 해고됐다는 존 롬니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잘나갈 때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다”며 “실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무조건 덩치를 키워 화를 자초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매일 일하다가 손을 놓게 되니 무척이나 심심하다. 앞으로 회사에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불안해했다. 이 중에는 한국인도 있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 3에 부품을 대 온 60여 개의 한인 납품업체들이다.

차량용 방진고무를 납품해 온 동아아메리카의 황덕환 이사는 “회사 생산량의 60%를 크라이슬러에 납품해 와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한인 납품 업체들끼리 뭉쳐 단체행동을 하려 해도 혹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 다들 사태가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의 파산 신청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디트로이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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