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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엄마와 아들

미국서 살면서 고교생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전에 엄마들이 최소한 세 번을 운다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세대 차이에다가 문화 차이가 더해지니 부모 자식간의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엄마들이 눈물을 흘린다는 말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자녀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부모들과 자녀들의 의사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른데, 대학 입시라는 중대사를 두고 가족간의 논의 과정에서 그 갈등이 표출된다는 것 같다.

지난 주 아내가 아들과 대화 중에 눈물을 흘린 것은 대학에서의 전공을 두고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이제 12학년이 되는데, 그 전부터 대화하고 생각해 왔던 것과 전혀 다른 전공을 택하겠다는 아들을 보면서 아내는 한숨을 쉬어야 했다.

부모 앞에서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하고 그 근거를 나열하는 아들은 아내가 생각하는 어린 아들이 이미 아니었다. 결국 엄마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부모 뜻대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내가 아니지만, 그래도 아들이 그렇게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자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대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금도 물러섬이 없는 아들의 의견 전달 방식도 아내에게는 편치 않았을 것이다.

“아빠, 엄마가 도대체 왜 우세요?”

“엄마는 아빠하고 달라.”

엄마가 왜 우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아들에게 짧게 설명을 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본 아내의 모습은 나보다 더 아들을 직접적으로 챙기는 것이었다. 아들의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를 챙기고 몸이 아픈지 불편한지 늘 옆에서 살핀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것이 있으면 대체로 준비를 해서 만들어 주고, 아들의 몸 상태가 안좋으면 필요한 약을 챙긴다. 나는 아들이 좋다면 좋은 줄 아는데, 아내는 정말로 아들이 좋은지 살펴본다.

이번에 대학 전공과 관련하여 아들이 물러서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하자 나는 일찍 마음을 바꾸었다. 공부는 아들이 하는데,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즉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 그 분야의 공부를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철저히 준비할 것을 말했다.

아들로부터의 뜻밖의 일격(?)에 나도 놀랐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달랐다. 부모 마음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내는 가슴 깊은 곳부터 아픔을 느꼈다.

아내는 나보다 더 아들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혈육’이라는 말과 ‘가족’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아내는 아들을 자신과 동일하게 여긴다. 아들이 아프면 자신도 아프고, 아들이 기쁘면 자신도 기뻐한다. 아들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나 결연하고 용기가 난다.

혼자 자라는 아들이 버릇 없는 아이 소리를 들을까 어릴 때부터 엄하게 야단을 치면서 바라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지 않은 것도 아내였다. 아내는 미국에 막 와서 영어를 못하면서도 아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빌려 읽혔다. 그러고 보면 아내는 아들을 나보다 먼저 만났다. 아내와 아들의 인연은 나의 그것보다 열 달이나 더 되고, 그 열 달도 보통 열 달이 아니다. 아내가 아들을 자기 몸 속에서 혼자 키우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같은 남자끼리라면서 종종 낄낄거리면서 남자들만의 화제를 말하고 아내가 못하는 운동을 즐겨도 결국은 아내와 아들의 끈이 더 강하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까? 아내가 아들을 아끼는 마음을 아들은 언제쯤 알까?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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