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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돈벌어 오겠다'며 엄마가 떠나버렸다, 기댈 곳 없는 어린 자매는···살아간다

나무없는 산
고통 너머 따듯한 울림…한인 김소영 감독 장편
화려한 볼거리 없지만 아역배우 연기 돋보여

한인 1.5세 감독 김소영은 다시 한 번 단절된 세상으로 이주한 주인공을 바라본다.

개봉: 5월 8일
개봉관: 엠팍극장
감독: 김소영
주연: 김희연(진) 김송희(빈) 고모(김미향)
등급: 없음(가족 관람 가능)
상영시간: 89분


2년전의 장편영화 데뷔작 '방황의 날들'(In Between Days)에서 김 감독은 어머니와 단 둘이 미국에 이민 온 한인 10대 소녀를 지켜봤다.

두번째 장편영화 '나무없는 산'(Treeless Mountain)에서도 마찬가지다. 배경이 한국이고 주인공이 여섯살과 네 살 난 진(김희연)과 빈(김송희) 자매라는 점이 다르지만 단절과 이주라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주제지만 김 감독은 그 사이 훨씬 친절해졌다. 주제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과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고 대중적이다. 관객들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까닭은 친절한 감독 말고 또 있다.

그건 주인공 자매의 캐릭터(특히 진)가 뿜어내는 매력이다.

학교 끝나고 돌아와 동생 빈을 옆집에서 데려오고 엄마에게 살짝 혼나는 첫 장면부터 진의 캐릭터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언니인 진은 강하고 동생인 빈은 약하지만 슬기롭다. 두 캐릭터의 성격이 명징하게 설정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살린 아역 배우의 연기는 '나무없는 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거리다.

첫 장면에서 관객을 캐릭터에 흡입시킨 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아빠를 찾는다며 진과 빈을 고모에게 맡긴다. 떨어지기 싫은 아이들에게 엄마는 돼지 저금통을 주며 말한다. "말 잘 들으면 고모가 동전을 하나씩 주실 거야. 저금통에 동전이 꽉 차면 엄마가 올 게."

술에 취하기 일쑤고 사정도 별로 나을 것 없는 고모가 동전을 줄리 없다. 진은 직접 돈벌이에 나서며 엄마를 기다리지만 상황은 더 악화된다.

영화는 화려한 특수효과 같은 시각적 수식어가 거의 없는 미니멀리즘이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수천장의 퍼즐처럼 정교하게 맞춰지고 현란하게 비틀린 이야기도 없다. 대신 단순하게 짜여져 여백이 많은 시각적 공간과 이야기 구조에는 어떤 울림이 있다.
그건 생명의 힘이다. 아프면 울고 배고프면 먹고 장애물을 뚫고 나가는 어떤 힘. 꿈틀대는 힘. 세상과의 창인 부모도 없이 고립된 채 친척집을 전전하면서도 생명의 꿈틀거림을 잃지 않는 자매가 주는 감동이다.
꼭 주인공 자매 만의 예외적인 생명력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 흔들리는 모든 목숨있는 것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다.
이런 면에서 '나무없는 산'은 낙관적이다. '방황의 날들'에서 김 감독은 현재만 얘기할 뿐 미래에 대해 별다른 전망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무없는 산'은 다르다. 카메라는 현재에 렌즈를 맞추지만 단절과 이주의 고통 너머의 미래를 가르킨다. 영화 속의 따뜻함 포근함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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