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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폭동' 때 반신불수, LA소방국 밀러씨의 '기적'

9주간 입원·재활 끝에 화재 검사관으로 복귀

그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큰 폭발음이 머리를 뒤흔들더니 총알이 스캇 밀러(사진) 소방관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검은 연기로 뒤덮인 도시. 웨스턴가로 불을 끄기 위해 출동한 LA소방국 소방차가 길거리 트럭 옆에 정차하는 순간 트럭 운전기사는 방아쇠를 당겼다.

1992년 4.29 LA 폭동은 그렇게 한 소방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총알은 턱을 관통해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인 경동맥을 망가뜨렸다.

솟구치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밀러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믿었던 동료들 '다시는 걷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린 의사. 모두가 운명처럼 이 순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17년. 밀러 소방관은 다시 소방국으로 돌아왔다. 화재 예방부서의 건물 화재 검사관이 된 그는 예전처럼 현장에 투입되어 시민들을 직접 구하지 못해도 한걸음 뒤에서 화재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LA타임스는 4일 한인 커뮤니티만의 아픈 기억인 줄 알았던 LA폭동으로 인생이 바뀐 소방관의 이야기를 조용히 보도했다.

총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를 회상하던 밀러 소방관의 눈가가 흐려졌다.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눈 앞으로 3살배기 딸과 5살 아들을 안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대로 가족들을 남겨둔 채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시더 시나이 메디컬 센터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밀러 소방관은 정신의 마지막 끈을 놓치 않고 숨을 고르게 내쉬려 안간힘을 썼다.

턱을 6인치나 절개하고 총알을 뽑아내고 나서야 밀러 소방관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뇌의 손상으로 인해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되는 반신불수가 됐고 더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까지 얻게 됐다.

9주 간의 지옥같은 병원생활. 희망을 잃을 법도 했지만 밀러는 다시 일어서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의 의지력과 인내심이 마술을 부린걸까.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의사의 말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밀러의 왼손과 왼발이 감각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화재 예방부 건물 화재 검사관으로 당당히 소방국에 복귀했다.

"기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닌가요?" 밀러의 사고를 곁에서 목격한 동료 소방관 폴 조단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은경 기자ekb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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