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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입시

토요일인데도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아내가 따뜻한 국과 밥을 내놓는다.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컨디션은 어떤지를 묻는 아내에게 아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대학 입학 시험인 SAT를 보러 가면서도 조금도 긴장이 안되는 모습이다. 아들은 잘 깎아진 연필, 지우개, 수험표, 계산기, 물 한 병, 쵸콜렛 한 개를 챙긴다.

아침 일곱시 45분에 모여서 열 두 시 45분에 시험이 끝나니 그 사이 먹을 간식이 필요하기도 하겠다. 시험 보는 아들이 계산기를 가져가는 것은 수없이 보아 왔지만, 늘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시험은 계산기 없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름 방학 중 더 공부해서 또 한 번은 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모인 내가 긴장이 되는 것은 시험이라는 단어에 길들여진 조건반사적 반응이다. 고교 시절 내내 공부를 게을리 했던 나는 재수하던 해, 하루 다섯 시간씩을 자면서 공부했었다.

일년 내내 모든 것을 참고 공부만 했던 내가 시험 날 긴장한 것은 당연했다. 또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점수가 정해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혜화동 대학로 근처 동성고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던 날은 날씨도 제법 차가와서, 고사장 건물에 스팀 들어오는 소리가 땅, 땅 계속해서 울렸다. 지금은 구경도 하기 힘든 흑백 명함판 사진이 붙은 수험표를 책상 위에 놓아두면 감독관 선생님들이 오셔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누어 주셨다.

24년 전의 일이지만, 그 날 첫 문제를 읽으면서 내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깊은 호흡 소리가 나왔음을 기억한다. 백일 기도를 한 후, 시험 당일 고사장 문 밖을 지키며 엿을 붙이고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모두에게는 찹쌀떡과 엿을 사주면서 시험 잘 보기를 바라는 가족과 친지들이 있었다.

아침부터 일찍 나와 고사장 앞에서 따뜻한 차를 따라주고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후배들도 있었다. 한국의 입시 날은 그렇게 개인적인 긴장과 주변의 북적거림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아들을 태우고 가서 고사장인 학교 주차장에 도착하니, 운동복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학생들이 계산기 하나 달랑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토요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 번거롭다는 듯 헝클어진 머리에 부수수한 모습의 아이들이 담담하게 시험장으로 가는데, 부모들은 모두 차 밖에 나오지도 않는다. 만일 건물 앞까지 따라가기라도 하면 촌스런 부모가 되기 십상이다.

아내는 차 안에서 아들의 손을 잡고 잠시 기도한다. 실수없이 아들이 실력 발휘 잘하기를 함께 기도한 후, 아들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차를 돌려 고사장을 나온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입시를 치르지 않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옛날 한국과 같은 겨울이 아니어서일까? 아들에게 입시 과정이 시작되었지만, 그 전과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한국에서 자라며 입시를 치르고 경험한 나는 미국에 와서까지 그 때와 같은 분위기를 은근히 기대했나 보다. 이것은 다른 제도, 다른 문화에서 자라는 아들에게 아직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를 늘 바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나는 아들이 시험을 앞두면 다른 것을 모두 참고 공부만 하면 좋겠다. 시험 보는 날은 더 긴장을 했으면 좋겠다.

좀 더 진지하게 매사에 임하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램이 어지간해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도 나는 안다. 미국에서의 10년이라는 시간은 강산뿐 아니라 가족간의 문화도 바꾸어 버렸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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