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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김기정/경제부 데스크

최근 경기지표를 보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경기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다만 악화되는 속도가 둔화됐다는 뜻이다. 이를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마도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현상 때문인 것 같다.

선택적 노출이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태도와 불일치하는 부정적 정보를 피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대로 기존 태도와 일치하는 긍정적인 정보를 선별적을 받아들이는 것도 역시 '선택적 노출현상'이다.

예를 들면 부동산 투자자나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정보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마음에 깊이 담아둔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이러한 선택적 노출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기존 종이 신문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의제 설정기능이 인터넷으로 가면서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톱'기사라 불리는 신문 1면에 실리는 머릿기사는 신문사에서 정한 그날의 가장 중요한 뉴스다. 그날 하루만큼은 독자들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화제 또는 의제거리로 삼았으면 하는 기사다. 대화에 참여하려면 자신이 싫어하는 정보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또 지면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인터넷 뉴스 검색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선택'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내가 습득하고 싶지 않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쉬워진 것이다.

선택적 노출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한다. 사람들은 일부러 '스트레스'를 선택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와 다른 정보를 얻게 될 때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경우 스트레스는 피할 대상이지 추구할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피하지 못할 스트레스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위기에 빠진 은행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그런 것들이다.

높은 실업률과 회복될 줄 모르는 주택경기 모두 은행들에게는 스트레스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미 대형 은행들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변화를 가정한 뒤 은행이 입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의 요지다.

이번에는 자산 1000억달러가 넘는 대형은행들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주택가격 변화라는 사건에 따라 은행이 기존의 자본으로 버틸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해 봤다.

두 가지 가상 시나리오가 설정됐는데 그 중 하나는 2010년까지 실업률이 10.3%에 달한다는 것을 가정으로 삼고 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이미 이 선을 넘어선 상태다.

이 테스트 기준에는 또 2010년 말까지 상업용부동산 대출의 손실이 12%에 달한다는 가정도 담고 있다. 오피스 상가 호텔 모텔 등이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이다.

이는 한인은행들에게 정말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전체 대출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되기 때문이다. 가정되는 손실분 12%를 대입하면 자본금 상당 부분이 상각된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일부 한인은행들은 '우리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모기지 융자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표현이 맞다. 다른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피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은행들이 부정적 정보도 받아들이고 차분히 대응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선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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