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카운슬러와 친해지다
아들 학교의 카운슬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전과 다르게 편해졌다. 카운슬러 선생님이 바뀐 것도 아니고, 학교의 정책이 바뀐 것도 아니다. 그 동안 몇 번 만나다보니 서로의 얼굴도 익고 그 만큼 나의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미씨즈 스펜서(Mrs. Spencer).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아들이 어느 과목 선생님과 사이가 불편한 가운데, 그 선생님으로부터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은 후였다. 그 선생님은 카운슬러 선생님께 아들의 감정 처리가 미숙하고 그래서 정서가 불안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미씨즈 스펜서는 즉시 내게 연락을 했다. 나는 그 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특별 심리 상담을 권하는 그녀에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달라고 부탁을 했던 나는 그 날, 한 시간 반 동안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그녀가 정말로 아들을 걱정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미국인 특유의 조심스러움으로 아들에게 혹시 있을 더 큰 문제를 예방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지나친 것 같기도 했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틀림이 없었다.
아들 딸들이 공부를 잘 하고 무언가 선행을 해서 칭찬을 받을 일로 학교를 방문하지 않는 한, 모든 부모에게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리고 우리 문화 속에서의 선생님들의 권위와 한국에서 부모가 자라는 동안 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은 미국에 와 있어도 부모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다.
학교 방문 또는 선생님과의 상담은 그래서 늘 편치가 않다. 그런데 미씨즈 스펜서는 그런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하게 대화를 하도록 이끌면서 아들의 문제를 상담하게 했다.
아들이 나에게는 자식이지만, 그녀에게는 학생인지라, 나 역시 객관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기 위해 애쓰는데, 한 번은 아들이 힘겹게 들어가 연주하던 재즈 밴드를 학기 중에 그만 두겠다고 했다.
대학도 아니고 고교에서 학기 중 수강 과목을 취소한다는 것은 처음에 대단히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고, 또 밴드 선생님을 만나 대화하면서 그녀와 나는 아들의 의견을 받아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수강 중인 과목을 취소하는 것은 분명 안좋지만, 아들의 편을 한 번쯤은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때 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본인의 내부에서 찾으라고 이끌었던 것이 어린 아들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날도 나는 미씨즈 스펜서와 오랜 시간을 대화했다. 아들의 성장 과정과 부모로서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 한국에서 성장한 부모가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했다. 자녀 교육이 원래 쉽지 않지만, 나서 자란 곳을 떠나 살면서 자녀를 이끄는 것은 정말 안개 속을 지도에 의지해 나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민 부모들의 인내와 노력이 대단하다면서 우리 가정의 이야기를 모두 경청했다. 아들을 더 이해하고, 더 잘 이끌 수 있게 되었다고도 했다.
연극과 음악 활동에 빠진 아들이 공부를 게을리 하자 그 후 또 나는 그녀를 만나야 했다. 성적이 부진해서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녀와 또 한번 아들의 공부만이 아니라 많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했었다.
그리고 지난 주 아들의 대학 입시를 앞두고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났다. 학교보다는 전공을 우선 결정해야 하는데 아들이 음악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좋은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 가정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아들의 장단점도 너무 잘 아는 그녀는 나와 대화하는 것이 이제는 무척 즐겁다고까지 말했다. 말썽꾸러기 아들 덕에 카운슬러 선생님과도 친해지다니. 아들을 아껴주시는 카운슬러 선생님이 한없이 고맙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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