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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아버지의 북"

박선옥

아버지는 북을 치셨다

저승 꽃구경 금방 다녀 올테니

술 상 보고 있으라던

아버지는 여태 돌아오지 않는다

추적추적 오시는

비조차 목마른 남의 땅에서

그 북소리 그리워 술판을 벌인다

한 잔 술은 아버지

내 빈 잔 속에

눈물 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오래 기다렸지야 아가

연분홍 어린 눈에 아버지가 들어 앉고

복사 꽃잎 두 손 모아 잔을 받는다

얘야 한 잔 하자

아이고 아직 꽃망울도 안 잡힌 얘한테 웬 술이라요

흘깃하는 어머니의 눈길도

술상 머리에 내려와 앉고

비는 진양조 가락으로 조심스레 장단을 넣는다

덩 덩 덩더쿵 덩 더더 쿵더쿵

때묻은 아버지의 추임새에

훠이훠이 한 숨 자락이 제비되어 몰아가고

시르렁 시르렁 박타령을 불러 온다

시르렁 실근 톱질이야 에이여루 톱질이로구나

몹쓸 놈의 팔자로다 원수놈의 가난 이로구나

실근 실근 시르렁 시르렁

배가 정 고프거든 허리띠를 졸라매고

에이어루 당거주소

시르렁 실근 당거주소

아버지 그 곳은 비가 들어요

어머니 모시고 이쪽으로 와서 당기시오

아니다 아가야

우리는 괜찮으니 니 어깰랑 젖지 마라

그래도 아버지 제 옆자리가 비었는데

이리 건너 오셔서

쉬엄쉬엄 당기시오

시르르르르 당거주소

■당선소감 - 박선옥 "바다서 육지로 나를 이끌어준 시"
문득 '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포스터가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떠 있는 바다는 달랐다.
사막같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늘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헤엄을 못치는 나는 바다에 떠있는 어떤 것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그래서 시의 끄트러미를 잡고 놓지 않았다. 나는 육지가 그리워서 이곳을 어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발목을 잡힌 시는 만만치 않았다. 그는 나를 데리고 역류를 하기도 하고 잠수하기도 했다.
나는 오히려 그에게 잡혀서 그가 이끄는 데로 갈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신을 잃치 않으려고 자그마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를 육지에 데려다 주었다. '휴우'하는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고마웠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특히 오렌지 글사랑과 글마루 회원님들의 따뜻한 시선은 시의 눈을 틔우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 나 혼자 자라나야 함을 안다. 두렵고 힘들겠지만 또 어떻게든 땅을 일구고 살아 남아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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