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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주먹구구식 '웨스트 인턴십'

이경민/경제부 기자

"이제 시작 아닙니까.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시간도 필요하고 하다 보면 또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추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미대학생연수취업프로그램 '웨스트'에 대해 LA 총영사관 한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한 마디로 기암할 노릇이다. 지금 새로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청자 반응 보고 출연진 갈아 치우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꽃 같은 스무살 안팎의 한국 대학생들이 황금같은 20대의 시간 중 18개월을 투자해 자신들의 돈 수천만원을 들여 가며 참가하고 있는 그 '웨스트'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하고 밀어붙인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젝트에 당당히 선발됐다는 자신감과 꿈으로 가득찬 학생들의 꿈과 미래가 걸린 문제에 대해 말하자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인생을 놓고 '시범' 운영이 어디 있는가. 정부가 100% 자금 지원을 해준다 해도 시원찮은 마당이다. '처음이라…'하는 변명 따위는 안 된다.

기자가 직접 만나봤던 학생들은 글로벌 대기업 국제 기관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총영사관 관계자는 "학생들도 기대치를 좀 낮춰야 된다"라고 말한다.

현실과 다른 기대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 누구인지 그들이 직면할 수도 있는 현실적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은 채 성급히 그들을 출국부터 시켜 놓은 것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와 지상사나 한인 업체들에 '적극적 협조'를 청하는 것도 그렇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 또 다른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란다. 지상사와 한인업체들은 '보험'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열정과 재능으로 가득찬 학생들을 인턴으로 쓸 수 있는 것은 행운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합의된 바 없이 추진해 놓고 뒤늦게 '혹시 모르니…'라며 총영사관이 나서 지상사와 한인업체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총영사관만을 탓할 마음은 없다. 대책없이 밀어붙인 당사자는 LA 총영사관이 아니니까. 그저 그들에게도 '불똥'이 튄 것 뿐이다.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한국 지상사나 한인 기업에서 일하길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외교부에서 웨스트 1기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2기 준비에 참고하려는 것'이라며 '유.무급 인턴 희망여부' '한국관련기업 인턴십 희망여부'를 묻는 설문이 들어 있었다.

그 앞에는 "미국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으며 미국 실업률은 근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기업들은 유급인턴 채용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면서도 또 한편 일부라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라고도 덧붙였다.

누구라도 덜컥 겁이 나 한 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후 대답을 해보라는 식이 아닌가.

지금 UCLA 익스텐션에서 어학연수 중인 웨스트 1기생 일부는 기자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열심히 영어공부하고 커버레터를 쓰며 인턴십을 준비 중인데 언론이 웨스트의 나쁜 점만 너무 부각시킨다는 불만이다. 그들의 볼멘 목소리에 마음은 아프지만 참을 수는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몇 달 뒤 아이들이 흘릴지도 모를 실망의 눈물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럴 일이 없기만을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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