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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한인소년 '휘트니 산' 올랐다…심재혁군, 어른들과 나란히 정상에

'나는 나를 이겼다.'

14세 한인 소년이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 마운틴(1만4497피트)에 올랐다.

휘트니는 전국의 내로라 하는 산악인들이 평생에 한 번은 오르는 '클라이머의 로망'이다. 알래스카의 매킨리 산을 제외하면 북미 최고봉인 휘트니는 일년 중 한 두 달을 빼고는 항상 머리에 눈을 쌓여있어 쉽사리 등정의 기쁨을 허락하지 않는 준봉이다. LA 한인 심재혁 군은 지난 19일 한인 산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을 밟은 것이다.

심 군은 "너무 오래 걸은 데다 머리도 아프고 숨쉬기도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고 힘든 등정길을 설명했다. 심 군은 "아저씨들이 용기를 북돋워져 오를 수 있었다"며 "특히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우스 패서디나 고등학교 9학년인 심 군은 아버지 심정섭(49) 씨와 한국산악회 미주 동.서부 합동 등반대와 함께 등정했다. 등반 출발점인 휘트니 포털(Whitney Portal)을 떠난 것은 지난 18일 새벽. 주말 내내 때아닌 폭염으로 남가주 전체가 몸살을 앓았지만 한겨울인 휘트니에는 백설이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14세의 심 군부터 75세의 현 초 씨 부부까지 15명의 등반대는 휘트니 등정의 로망을 향해 발을 옮겼다.

이들이 택한 코스는 눈쌓인 설벽을 직등하는 '마운티니어즈 루트'. 휘트니 등반 코스 중에서도 난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심군의 부모는 각각 인하대와 상명여대 산악부 출신이다. 신혼여행을 92년 아마 다블람 원정으로 대신한 골수 산악인들. 심 군은 아홉 살에 마운틴 볼디를 오른 꼬마 산악인이었다.

그래도 휘트니는 쉽게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다. 체력은 떨어지고 두통과 저산소증이 몰려온다. 이를 극복하려면 극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심 군은 발을 잡아끄는 하산의 유혹을 뿌리치고 '동료' 산악인들의 응원과 박수속에 정상에 섰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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