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한국 인턴십 웨스트 '빛과 그림자'…설익은 정부 준비, 일자리 기약 없다
치솟는 실업률 '암초' 근무·분야 보장 없어
1200만원 기본에 '+α' 참가 학생 부담, 국가지원 미흡한 상태
지난 주 UCLA 캠퍼스 어학연수 강의실. 10여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모여 한국 외교통상부로 부터 받은 이메일에 대해 근심스런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LA에 도착한 ‘웨스트’(WEST) 프로그램 1기생들이다.
웨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박수아씨(목포대3)는 “설마요. 그래도 한국 정부 이름이 걸린건데요. 미국 국무부까지 연관된 거잖아요. 잘 되겠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웨스트 프로그램이 미국 경제 불황이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 있는 일자리도 없앤다= ‘웨스트’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지난달 11.2%를 기록,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감원 조치로 인해 3월 실업률이 12.6%로 치솟았다. 이외에 오리건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실업률이 11%를 상회하는 등 미 전역이 실업 공포에 휩쌓이고 있다.
◇ 두 손 놓은 한국정부= 웨스트의 핵심인 인턴십 과정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근무 시작 시기나 분야, 조건 등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는 상태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취업에 대한 세부 사항은 미국의 취업 알선 기관에 일임한 상태로 학생들에게는 “경기 침체로 미국 기업들이 인턴 채용을 꺼리는 상황”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취업 알선 기관 역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답변만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박수아(목포대 3)씨는 “외교통상부에서 보낸 이메일을 보고 인턴십을 못찾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며 “그래도 한미 양국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는 점에 희망을 거는 중”이라고 말했다.
◇ 고쳐야 할 점 많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정부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가톨릭대 4학년 조유진(21)씨는 이날 모인 웨스트 1기생 중 유일하게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금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학생이다.
처음엔 해외 출국과 동시에 생활보호대상자격이 박탈된다는 규정조차 풀리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웨스트에 한 해 생활보호대상자도 외국에 나갈 수 있다’라는 예외규정을 뒀지만, 유진씨 몫으로 매달 받던 생활비 지원은 웨스트 참가 기간 동안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학생들은 비자 지원 및 인턴 소개비, 어학 연수비 등이 포함된 1200여만원을 스폰서 기관에 지불한 상태이며, 항공료비와 미국내 체제비도 모두 개인 부담으로 해결하고 있다.
웨스트 1기생인 오예준(성균관대 4)씨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큰 데다 인턴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전혀 없다”며 “정부가 웨스트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만 해놓고 준비도 미흡한 상태에서 성급히 밀어부쳤다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웨스트 프로그램(Work·English Study and Travel)이란
한·미 대학생 연수 취업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대학 재학생 및 졸업한 지 1년 미만의 참가자들이 미국에 최대 18개월을 체류하면서 어학연수(5개월), 인턴(12개월), 여행(1개월)을 할 수 있다.
LA지역에선 현재 30명의 학생들이 UCLA 익스텐션(14명)과 캐플란 어학원(16명)에서 인턴십에 필요한 어학 코스를 밟고 있다. 이들은 오는 8월 쯤 부터 스폰서 기관이 주선한 미국내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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