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스승을 평가하는 고교생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스승을 평가해 본적이 없었던 나는 유학을 와서 공부하던 중, 매 학기 종강 날이면 어김없이 해야했던 ‘교수 평가’가 제법 편치 않았다.감히 학생이 스승을 평가한다는 사실이 놀라울뿐이었다. 다른 미국 친구들처럼 나도 스승들을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 것은 세 학기 째 공부를 마치던 날이었다. 그 전 학기에는 모두 좋고 감사하다고만 썼던 나도 처음으로 교수님들을 냉철하게 생각하면서 장단점을 느낀대로 기록하고 서술했다.
그러나 공부하는 내내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스승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여전히 거북한 일이었다. 제자라는 입장뿐 아니라, 나의 평가를 누군가 보고 당사자에게 전할 것 같은 걱정도 들었다. 아무튼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에게 학생이 교수를 평가한다는 것은 작은 충격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 선생님들은 감히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권위를 가지신 분들이었다. 나를 가르쳐 주신 고마운 분들이면서도, 교실에서는 모든 권력을 장악하신 분들이었다.
시험을 통해 친구들과 나에게 서열을 정한 후, 부모님들에게 성적표를 보내신 분들이었다. 때로는 지나친 체벌로 잊지 못할 안타까운 기억도 주셨지만, 따뜻한 격려의 말로 나의 마음에 위로와 사랑을 주셨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나를 아껴주시고 격려해 주신 선생님들의 은혜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선생님들을 제자가 평가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례한 것인가? 나의 사고의 세계는 그렇게 선생님들을 윗자리에만 모셔왔다.
그런데 교육도 서비스의 하나로서, 스승과 제자를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에서 보는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스승을 평가하는 것이 결코 무례하지 않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한 자료로 쓰고자 시행하는 이 제도가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고교생들도 자신들의 스승을 평가하고, 그들의 의견이 공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지 않은 고교생들에게 제도적으로 스승을 평가하게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만남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답게 아이들은 그들의 스승을 평가하여 인터넷 공간에 기록을 남긴다. ratemyteachers.com이라는 웹 사이트는 아들이 수강 신청을 할 때면 항상 참고하기 위해 방문하는 웹 사이트이다.
이 웹 사이트에는 미국, 영국, 카나다 등 6개 국의 수천개 학교, 수만명 선생님들에 대한 학생과 부모들의 의견이 정리되어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들은 자기가 경험한 선생님들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기록한다.
선생님의 교수법과 성품 등에 대한 학생들의 주관적인 의견을 그대로 올려놓고 보여주는 이 웹 사이트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학생들의 눈으로 본 선생님들의 모습을 전달한다.
‘쉽게 가르치는가?’등 세 가지 항목에 대해 5점 만점으로 각각 점수를 표시한 후, 석 줄 또는 넉 줄의 문장에 자기의 의견을 담아서 기록을 한 것을 누구든지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았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성적을 주지 않는다면서 선생님을 ‘짠’ 선생님이라고 쓴 글부터, 자상하고 좋은 분이라고 적극 찬양하는 글까지 학생들은 솔직한 감정을 기록한다.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추가 과제물을 부과해서 자기를 특별히 도와주신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고, 자기의 성적을 망쳤다면서 원망하는 글도 있다.
아들이 수강 신청을 할 때마다 이 웹사이트를 참고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한 두명의 의견이 아닌 여러 명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주관적인 견해들이 객관성을 조금은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선생님께 말 대답을 하면 혼나고,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 누가 혹시 들을까 조바심을 하면서 자란 나의 눈에, 스승을 평가하는 고교생들은 분명 놀랍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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