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시애틀
데스크칼럼
이 기사를 대할 때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의 언행이 생각난다. 간담회장에서 노 전대통령은 대뜸 “여러분, 대통령 보러 왔지요?” 라고 첫인사를 했다. 또 공식 연설문 대신 즉흥 연설을 했는데 말이 정돈되지 않고 장황해 취재 기자로서 내용을 정리하기에 한창 애 먹었다. 옛날 청문회 때 말을 잘해 인기 있었다는 소문과 달리 연설을 너무 못했다.
또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도 가서 큰소리 먼저 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지만 실패해 언론들이 시애틀에서 실언을 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런데 그후 2년이 가까운 지금은 실언이 아니라 뇌물 문제로 시애틀 방문이 다시 크게 초점이 되고 있어 우리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한다.
당시 권찬호 총영사는 노 전대통령이 아들에게 100만불을 주었다는 사실 여부를 알지도 못했다고 진술했고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를 부인했지만 검찰의 주장이 진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더 큰 국제적 망신감이기 때문이다. 13년 전 당시 시애틀 김균 총영사가 한국에서 5만불을 다른 사람 부탁으로 들여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되어 외화 밀반출 혐의로 입건, 직위해제 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100만불 현찰 돈가방을 몰래 시애틀에 온 대통령 전용기에 숨겨와 아들에게 주었다면 이것은 분명한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이니 믿을 수 없다. 어떻게 대통령이 이럴 수 있을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도 외화 밀반입 여부로 검색 받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 또한 공항 영접 때 태극기를 단 대통령 전용기가 미국 땅에 도착하면 자랑스럽기 보다는 혹시 저 비행기 안에 달러? 하는 불미스러운 감정마저 들지 않을까?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수백만불 뇌물을 받은 대통령을 우리들이 그런 사실도 모르고 순진하게 열렬히 환영했다는 점이다. 당시 노 전대통령은 연설에서 "처음 대통령 되었을 때 동포사회에서도 아이고 죽었다, 큰일 났다고 생각 하신 분들도 계셨고 더구나 한국 안에서는 더 많았고, 앞으로 5년 동안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신문에서도 마구 썼지만 그러나 그동안 큰일 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아이고 죽었다. 큰일났다.” 염려한 국민들의 생각이 들어맞았다. 또 "5년 전 선거 때 새로운 정치를 주장했는데 진전된 것도 있지만 아직 해결 안 된 것도 많다"며 후진적 요소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대통령이 돈을 가져오라고 하니 다음 날 현금 돈가방을 청와대로 가져오는 후진적 요소도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
시애틀을 방문한 역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까지 모두 본인이나 아들들이 뇌물 등으로 수감 되는 추태를 언제까지 관망해야 하는지? 노씨는 빚 갚기 위해 돈 받았다고 변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퇴임시 1000만불 빚이 있었으나 퇴임 후 연설과 자서전 발간으로 빚을 다 갚았다. 한국 대통령들도 뇌물 받지 않고 퇴임 후 떳떳하게 연설하거나 자서전을 출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조금만 받아도 뇌물죄로 가차 없이 처벌되는데 대통령은 수백만불을 받고 있으니 어떻게 대통령을 존경 할 수 있을까?
노 전대통령은 시애틀에서 “대통령 보러 왔지요?” 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우리는 그런 위선적인 대통령은 보기 원치 않는다. 이민사회에서 언어장벽, 문화 충격 속에 시간당 몇 달러를 더 벌겠다고 고생하는 한인들에게 뇌물 받고 아들에게 100만불을 주는 대통령은 환영할 수 없다. 시애틀에서 우리는 겉모습의 노 대통령을 봤다. 검찰 발표가 나면 진짜 노무현씨가 어떤 대통령이었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수치스럽고 위선적인 대통령은 영원히 시애틀에 오지 않기 바란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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