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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하버드에서 온 이메일

집에 오니 아들이 이메일 두 통을 프린트해서 보여준다. 하바드대학교 로스쿨의 두 교수로부터 온 이메일이다. 두 교수의 이메일 내용은 마치 의논을 한 것처럼 비슷하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십시오. 당신의 열정이 향하는 것을 따르십시오. 당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공부해야 성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하십시오. 성공적인 대학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만이 로스쿨에서도 성공적인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아들은 하버드 로스쿨의 두 교수에게 이메일을 해서 자신이 후에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대학 과정에서는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면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후에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지를 물었다. 그리고 두 교수는 아들에게 그렇게 답을 해왔다. 이메일을 보여주는 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갓 태어나서 우유병을 입에 물었을 때부터 온갖 종류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더니 생활 속에서 음악을 듣는 수준에만 만족하지 않게 되었다.

아들은 학교 재즈 밴드에서 연주를 했고, 뮤지컬에 출연한 후, 친구들과 아카펠라 그룹을 조직해서 노래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공연도 했다. 그러더니 작곡을 하고, 편곡을 해서 친구들에게 연주하게 하고는 요즘은 그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려놓기도 한다.

학교에서 AP 음악 이론을 공부하는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즐겨하던 컴퓨터 게임도 하지 않고, 또래들이 좋아하는 대중 음악을 합창, 현악 4중주 또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하는 하는 일을 즐긴다. 아들에게 음악은 분명 즐거운 일이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동기부여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에 아들이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면 안되냐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었다.

음악이 취미일 때는 즐겁고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음악이 직업이 되면 즐기기 힘들 수가 있고, 어지간히 뛰어나기 전에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음악 전공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상대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 공부하면 더 많은 곳에서 쓰임이 있는 것을 공부하기를 권하면서, 대학 졸업 후 로스쿨을 갈 것을 권했었다.

아들이 평소에 글 쓰기를 어려워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는 것도 그런 권유를 하게 한 이유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들이 반드시 로스쿨을 가야하고 그 길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들의 적성과 재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꾸준한 노력을 하게 하기 위해서, 또 대학 입학이 최종 목표가 아니고 그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아들에게 로스쿨을 권했었다.

사실 아무리 권해도 아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의 주장을 꺾지 않는다면,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막을 수 없음을 나는 잘 안다. 공부는 아들이 하니까. 솔직히 나는 아들의 숨은 재능과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지금은 모르지만 아들의 속에 잠재해 있는 능력이 무엇일까 늘 궁금하다.

아들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은 물론 주변과 이웃, 사회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또 그 일을 통해서 세상에서 인정 받으면서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는 아들이 잘 자라고 있음이 감사하다.

자기 생각을 아빠에게 주장하고자 그렇게 대학 교수들에게까지 자문을 구해서 나에게 내놓다니. 짜아식, 많이 컸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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