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꿈을 이루려는 당신께 바치는 영화 5편···좌절 딛고 희망을 꽃피우리라
남자들의 축구장을 누빈 첫 '그녀'…"남이 정한 한계에 얽매이지 마"
수없이 얻어맞고도 일어서는 복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는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한다.
1. 고고 70
이대로 묻어 두기엔 참 아까운 청춘영화. 청춘의 희망을 애써 과장하지 않으면서 청춘의 좌절을 굳이 미화하지도 않는 태도가 퍽 근사한 영화다.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놀이터야 안녕!" 슬프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학습지 CF가 엄마들 조바심 부추기는 요즘 "니들 놀고 싶지?" 한마디 내지르고 세상과 '맞짱'뜨는 패기는 대단한 희열을 준다.
우리는 과연 1970년대보다 나은 시대를 살고 있는가? '고고70'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 꽤 의미심장하다.
▶이 장면!
'데블스' 멤버들이 목욕탕에서 마지막 공연을 다짐하며 의기투합하는 장면. 때로 젊음이란 질 줄 아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 멋지다는 걸 보여 준다.
2. 스텝 업 2-더 스트리트(Step Up 2 The Streets)
우리가 청춘영화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엘레강스하고 빤따스틱한' 예술 교육을 일삼는 고상한 학교에 스트리트 댄스의 불손한 기운을 전파하는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전편 '스텝 업'(2006)이 음악과 춤에 힘을 분배했다면 이 영화는 오직 춤에 집중한다. 부정맥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심장박동 빨라질 일도 없는 30대 아저씨가 심장이 터질 듯 맹렬하게 춤추는 청춘을 보고 있자니 초롱초롱한 그들의 젊음이 부럽고 헤롱헤롱한 내 늙음이 서럽다.
▶이 장면!
'범생이'를 비웃는 '날라리'의 저항. '엘리트'를 물먹이는 '딴따라'의 반역. 출연진 전원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마지막 댄스 배틀!
3. 그레이시 스토리(Gracie)
이건 영화이기 이전에 실화며 실화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남자들과 나란히 같은 그라운드를 질주한 미국 뉴저지 최초의 여자 축구선수.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슈가 바로 그 불가능한 꿈을 실천에 옮긴 주인공이다.
자기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그녀는 주인공 엄마를 연기했다. 금남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자 이야기 차별과 편견에 맞서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여자 이야기는 언제 봐도 근사하다.
▶이 장면!
결심이 흔들리는 딸에게 엄마가 말한다. "네 한계를 아는 건 좋지만 남이 정한 한계에 얽매이진 마." 멋진 엄마의 멋진 격려다.
4. 엘리자베스 타운(Elizabethtown)
자기 때문에 회사가 쪽박 찬다. 그래서 쫓겨났다. 아버지까지 세상을 뜨셨다. 나도 세상 뜨련다 목숨 끊을 생각까지 해 봤지만 산다는 건 지독한 중독과도 같아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때 한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가 준비해 준 지도를 따라 그녀가 골라 준 음악을 들으며 43시간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 "담쟁이 덩굴은 시멘트를 뚫고 싹을 틔운다." 시멘트처럼 견고한 좌절의 장벽을 뚫고 마침내 희망의 싹을 틔우겠다고 다짐하는 주인공 따라 덩달아 보는 사람까지 자기 인생의 크고 작은 실패를 긍정하게 만드는 영화.
▶이 장면!
엔드 크레디트와 함께 멋진 에필로그가 나온다. 잘 받아 적어 냉장고에 붙여 둬도 좋을 만큼 멋진!
5. 로키 발보아(Rocky Balboa)
다 끝난 줄 알았던 시리즈 다 끝장난 줄 알았던 배우. 세상을 향해 항변하듯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런 대사를 집어넣었다. "It's no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씀.
실제 인생에서도 막장까지 내몰려 본 주연 배우가 하는 대사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리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야.
수없이 얻어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 그래서 로키는 정말 끝까지 나아간다. 당신도 그처럼 세상 앞에 쉽게 무릎 꿇지 말길 바란다.
▶이 장면!
그 옛날 로키가 뛰어오르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직접 뛰어오르며 삶의 용기와 희망을 얻는 실제 시민들 모습. 찡하고 짠하다. 엔드 크레디트와 함께 나온다.
김세윤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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