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사과문 직접 쓴 노 전 대통령…'응분의 법적 평가' 뭘까
'결국은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 최측근 정상문 체포에 침묵 깨
검찰 조사 피할 수 없다 판단 '저의 집' 표현은 권 여사 지칭
노 전 대통령이 7일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글은 제목까지 합쳐 628자다. 길지 않다. 대상을 설득하거나 자신의 진의를 설명하기 위해 긴 글을 쓰던 것과 다르다. 물론 이 글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썼다"(한 측근)고 한다.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심상치 않다. 우선 제목이 '사과드립니다'다.
박연차 사건이 터진 뒤 노 전 대통령은 줄곧 침묵해 왔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주당 서갑원(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광재 의원 등의 이름이 검찰 조사에서 오르내릴 때도 이 침묵은 지켜졌다.
노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파장을 부를 사과문을 쓴 이유는 뭘까. 답은 글 속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라고 썼다. 이 글이 공개되기 전 검찰발로 2개의 뉴스가 발표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정상문씨가 오전 자신의 사당동 집에서 체포됐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고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면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정 전 비서관의 경우 2005~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3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다.
노 전 대통령은 글에서 정 전 비서관을 언급했다.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저희들의 것"이라며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는 대목이다. 측근들은 '저의 집'이라는 표현이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핵심 측근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정 전 비서관 건은 노 전 대통령이 침묵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응분의 법적 평가"란 수상한 용어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다. 그래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부채를 갚기 위한 사적 거래지만 검찰이 어떤 법적 잣대를 들이댈지 좀 더 지켜보겠다"고 여운을 뒀다.
박승희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