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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이번엔 '김연아 클래식'

김석하/탐사보도부 데스크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보여준 한국대표팀의 활약은 명품 오페라였다. 태극전사의 다이내믹한 군무와 관객들의 열정적인 환호.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서사극을 본 뒤 남는 묵직한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말 그대로 클래식 고전이었다. 최고 수준이었고 정수였으며 전형이었다.

클래식은 시대와 지역 세대를 초월한 감동이다. 속된 말로 '몇 번을 우려 먹어도' 그 느낌 그대로다. 어떤 장르에서 클래식이라는 영광의 호칭을 받으려면 숨막히는 긴장감에 이은 갈등 극적인 전개와 반전 웅장한 대단원 등이 필수 요소다. '다저스 대첩'에는 이 모든 것이 녹아 있었다.

또 하나의 클래식이 한인사회를 감동으로 이끈다. '얼음공주' 김연아.

김연아는 이번 주말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환상의 몸짓을 선사한다. 우렁찬 태극 함성은 우아한 클래식 선율로 대체된다.

김연아가 2008~2009 시즌 주제곡으로 선정한 음악은 까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세헤라자데'.

죽음의 무도는 날카롭고 빠른 바이올린 선율이 숨을 턱 밑까지 치밀어 오르게 하는 클래식의 명곡이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 손을 높이 치켜들며 노려보는 모습은 소름끼치는 압권이다.

김연아의 별명처럼 돼 버린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주인공이다. 서기 600년경 샤리아르 왕은 매일밤 처녀를 한명씩 불러들여 왕비로 삼았다가 이튿날 아침이면 죽였다.

이때 한 관리의 딸인 세헤라자데가 스스로 왕비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녀는 매일 밤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열려라 참깨 신밧드의 모험 마술램프 등등. 왕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세헤라자데를 죽이지 않았다. 천일 그리고 하루동안.

김연아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세헤라자데가 돼 짧은 6분 여 동안 아름다운 천일야화를 들려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의 맞수는 아사다 마오. 빙판에서 또 한차례 한일전이 열리게 됐다.

야구가 조직력.파워를 대표한다면 피겨는 기술과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특히 피겨의 매력은 도약(점프)이다. 야구에서 '할 수 있다' '끝까지 도전하자'라는 교훈을 얻은 한인사회는 이번 '김연아 클래식'에서 '뛰어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체험한다.

두 경기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는 과연 똘똘 뭉치는가 시련이 와도 끝까지 버티며 앞을 내다보는가 특수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 남을 감동시킬 줄 아는가.

LA한인사회는 전세계 한국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관객'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젠 '배우'로서 LA한인사회의 클래식을 창조할 때다.

식당은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상점은 품질 좋은 물건을 팔아야 한다. 은행.보험.부동산.여행사는 고객 서비스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 비영리단체는 봉사의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모로서의 전형을 상사는 리더로서의 모범을 다듬어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클래식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창조됐다. 자양분은 눈물과 땀 열정이다.

사회의 리더와 비즈니스 오너들은 태극전사가 되고 세헤라자데가 되라. 이 사회 구성원과 고객 직원들을 천일동안 감동시켜라. 빠른 이 세상에서 천일이면 당신과 회사는 충분히 클래식이 될 수 있다.

남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투덜될 때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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