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한의 재정계획] 미래에 대한 투자
알렉스 한/천하보험 부사장
길가에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이 즐비한데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따라 갖가지 과일들이 가득히 달린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하늘은 맑고 산들바람이 시원해 아무리 길을 걸어도 지치질 않는 그런 길이다. 때로 배가 고프면 달디 단 과일을 따 먹거나 개울안에 가득한 물고기를 잡아서 구워먹으면 그만이다. 피곤하면 나무그늘 잔디밭에 누워 새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여정이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그늘에서 달콤한 낮잠에 빠져든 남자는 얼굴에 느껴지는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뜬다. 주위를 둘러보니 꽃도 과일나무도 개울도 잔디밭도 모두 사라지고 자신은 어느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누워있는 것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갈수록 환경은 나빠져 간다. 땅을 녹여버릴 듯이 내리쬐는 햇살은 뜨겁기만 하고 점점 배고픔과 갈증이 더해지자 한걸음 내딛기조차 힘에 겨워진다.
밤이되면 갑자기 살을 에일듯이 불어오는 사막의 모래바람에 겨우 어느 바위를 방패삼아 웅크리고 누워 잠을 청해볼 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얼마전 꽃길을 걸어갈 때 물과 먹을 것을 챙겨놓을 것을….'
아무리 후회를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하긴 그렇게 예쁘고 풍족한 길을 걸을 때 이런 사막이 나타날 줄 꿈에서나 생각했으랴.
더위와 추위 그리고 갈증과 굶주림에 지치고 쇠약해져 가던 어느날 잠이 든건지 정신을 잃은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몽롱함 속에서 남자는 언젠가 들었던 새소리를 듣는다. 힘없는 눈꺼풀을 겨우 움직여 가만히 눈을 떠 본다. 햇살이다. 용광로처럼 뜨겁던 사막의 태양이 아니라 따스하고 포근한 봄날의 햇살이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다시 꽃길을 만났다.
허겁지겁 개울로 뛰어들어 시원하고 맑은 물을 마음껏 들이킨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과일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물고기로 배를 채웠다. 꺼져가던 생명이 다시 살아났다. 하루종일 걸어도 전혀 피로하지 않는 그런 꽃길이 지평선 저쪽까지 이어져 있다.
남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갈대를 엮어 자루를 만든다. 과일과 말린 물고기를 자루에 가득 채운 남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물통에 물까지 채워 허리춤에 찬다. 맨몸으로 걷는 것보다 무겁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다시 사막을 만나게 되면 이 물과 식량이 생명을 건져 주리라.
그렇게 시간이 한달 두달 흐르고 또 흘러 사막의 고통이 머리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던 어느날 남자는 무겁기 그지없는 갈대 자루와 나무 물통을 길옆으로 던져 버린다. 이만큼 왔으면 이제 더 이상 사막이 나타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그날 밤 잠이 든 남자는 다음날 아침 얼굴을 따갑게 달구는 햇살을 느낀다. 혹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생명보험이나 노후 대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형편이 허락치않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잘 벌 때는 '굳이 지금 잘 버는 데 보험까지 들어둬야 하나'라며 외면하고 사정이 나빠지면 돈이 모자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가족과 자신의 안전한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꼭 어려움에 처했을 때 더욱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삶은 영원한 꽃길도 영원한 사막도 아니다.
문의 (213)503-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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