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커뮤니티에서 배운다] 전통문화에 축제·경제 얹어라
문화·인구·비즈니스는 성장의 관건
정치력 더해지면 정부 지원 더 커져
LA는 미국내에서도 대표적인 다민족 도시로 꼽힌다. 그만큼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 사회가 잘 형성돼 있다.
한인타운을 비롯,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히스토릭 필리피노타운, 타이타운 등 다양한 소수민족 타운이 형성돼, 자체적인 특징을 유지하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본지는 ‘한인타운 구역안’ 결정을 계기로 지난 2월부터 ‘이웃커뮤니티에서 배운다’ 코너를 통해 남가주내 대표적인 소수민족 커뮤니티들을 소개해 왔다.
이를 토대로 한인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조명해 본다.
▷구역은 어떻게=차이나타운 리틀도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소수민족 타운은 자체 구역이 있다. 시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공식적인 구역이다.
공식 구역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커뮤니티의 공통점은 각 민족의 이민사가 시작된 지역이라는 것. 각국에서 '꿈'을 안고 미국땅을 밟은 이민자들이 처음 정착한 곳인 동시에 지금도 갓 도착한 이민자들이 처음 찾는 곳이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이 LA의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타이타운이다.
LA다운타운 북쪽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LA시청 북쪽인 동서로는 차베스 애비뉴와 메인 남북으로는 예일과 LA리버의 10여블럭 구간이다.
LA다운타운내 리틀도쿄의 경계는 동서로 로스앤젤레스와 알라메다 남북으로 템플과 4가 약 16블럭 규모다.
할리우드 동쪽의 타이타운의 규모는 약 6블럭으로 동서로 웨스턴과 노먼디 남북으로는 할리우드 불러바드와 선셋이다.
이들 세 커뮤니티 구역을 보면 20여블럭이 채 안된다. 다시 말해 한곳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다닐 수 있을만한 크기이다.
이 안에 전통 식당 옷가게 등 소매업소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해 트래픽이 집중된다는 장점이 있다.
타이커뮤니티개발센터(TCDC)의 샹샤니트 마토렐 디렉터는 "98년 LA시의 승인을 받은 타이타운의 구역이 90년대 초 추진했던 것보다 크게 축소됐다"며 "하지만 그만큼 타이 비즈니스가 집중돼 관광객들이 걸어서 타이타운을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히스토릭 필리피노타운 가든그로브의 리틀 사이공은 이들 커뮤니티에 비해 규모가 커 차로 이동해야 한다. LA한인타운 역시 이들보다 큰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LA한인회(회장 스칼렛 엄)가 지난 1월23일 LA시청에 제출한 한인타운 구역안은 동서로 후버와 크렌셔 남북으로 피코와 멜로즈에 이르는 지역으로 면적은 약 7.3 스퀘어마일에 달하고 있다.
한인회의 이창엽 이사장은 "이번 한인타운 구역안의 크기는 한인 비즈니스 및 한인소유 건물을 기반으로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마케팅=커뮤니티 구역의 설정은 발전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동안 구역에 대한 개념없이 급성장한 한인타운이나 대표적 '볼 것 많은' 커뮤니티로 성장한 차이나타운과 리틀도쿄 역시 시정부의 공식 구역안이 없다.
따라서 각 커뮤니티를 살리는 것은 바로 커뮤니티의 문화 인구밀집도 비즈니스 등이다. 특정 구역에 이런 성장동력이 갖춰지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
때문에 각 커뮤니티는 고유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1940년대 현 위치에 자리를 잡으면서 그랜드 플랜을 세웠다. 바로 차이나타운에 중국 문화의 색깔을 입히고 유지하는 것. 차베스 애비뉴에는 두 마리의 용 장식의 거대한 게이트웨이가 세워져 있으며 차베스길을 따라 형성된 건물들의 외형 디자인은 중국 전통 건물 양식을 따왔다. 심지어 차이나타운내 메트로 역도 중국 전통 양식을 따랐다.
리틀사이공의 대표적인 샤핑몰인 아시안가든몰도 베트남 전통 건물 양식을 그대로 옮겨왔다.
리틀도쿄는 일본 전통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재패니스 빌리지 전통극장 재패니스 아메리칸 시어터 미주일본인들의 이민사를 엿볼 수 있는 이민사 박물관을 세웠다.
또한 코반(Koban)이라는 자율방범대 사무실을 열어 방범과 함께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다.
차이나타운과 리틀사이공의 '뉴이어 축제' 리틀도쿄의 '사무라이 축제'는 문화를 외부로 알리는 길이다.
이같은 문화시설은 각 커뮤니티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수단이 된다.
커뮤니티 내부에서 보면 이들 문화시설은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색다른 것'이 된다.
나성중화회관의 피터 잉 회장은 "새로 건물이나 쇼핑몰이 개발되면 커뮤니티 차원에서 중국식의 디자인을 부탁하고 있다"며 "미국내 중국 문화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타주 중국인 뿐만 아니라 타인종 관광객들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은 현재 올림픽과 노만디의 다울정 뿐이다.
▷성장원동력=이처럼 각 커뮤니티가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고 발전해 온 것은 각 커뮤니티의 경제력 신장도 주요 요인이다.
이민자들이 모이고 식당 등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커뮤니티와 상권이 함께 발전을 거듭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치력이다.
정부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커뮤니티 성장에 지원을 받아 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리틀사이공. 베트남 커뮤니티는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정치력에 높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리틀사이공이 포함된 가든그로브와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에는 베트남계 정치인이 2명씩 있다. 이외에도 주의회를 비롯 시 카운티 주정부 곳곳에 베트남계 공무원이 포진해 있어 커뮤니티 성장에 대한 정치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 뒤에는 베트남 이민자들의 높은 정치 참여율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7년 자넷 그웬 OC수퍼바이저가 베트남 이민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리틀 사이공 파운데이션(LSF)의 켄 구엔 회장은 "높은 선거 참여율과 함께 정부기관의 지역 프로젝트에 있어 펀드레이징 등 다양한 방법의 지원을 해왔다"며 "이런 것들이 결국 리틀 사이공에 대한 정치적인 보호 및 지원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한인타운 관련 커뮤니티재개발국(CRA) 공청회나 각종 선거에 있어 한인들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오픈마인드=기자가 취재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다. 바로 '오픈 마인드'이다.
이들 각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LA는 다민족이 사는 사회인 만큼 타커뮤니티에 개방 교류를 넓혀가며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 이민자의 역할"이라며 "그러기위해서 타커뮤니티에 대한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틀 도쿄는 일본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영문 간판 영어 메뉴 등을 구비 타인종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타이타운내 타이식당에는 주류 손님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한인사회는 타커뮤니티에 비해 아직은 다소 폐쇄적이라는 것이 각커뮤니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인사회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강한 경제력은 있지만 문화시설나 정치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개개인의 발전이 아닌 커뮤니티의 거시적 차원에서 한인타운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서기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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