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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계 경제 가는 길 묻거든…금 값 살펴보라

금 값 안정·물가 상승 완만하면 경기 회복에 가장 좋은 신호탄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최근 “금 값이 향후 5년 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UBS는 이 보고서에서 “향후 경제 전망이 디플레와 인플레라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시지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교보증권은 17일 ‘유동성 장세’의 도래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경기가 바닥에 접근하면서 금 등 안전자산에 피신해 있는 돈이 회사채와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조건이 서서히 마련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주상철 선임연구원은 “금 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면서도 “안전한 자산만 찾는 현상이 완화되면 돈이 주식 등 위험한 자산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금으로 쏠리고 있다. 올 들어 금이 그야말로 ‘금 값’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섭게 풀린 돈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세계 경제가 어떤 길을 갈지 금 값에서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금 값은 지난달 한때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고, 현재 920달러 선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금 값과 물가의 엇갈림=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 시기에 각광을 받았다. 물가가 올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로 수요가 몰린다. 금은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는 기능은 물론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도 뛰어나다. 이런 이유로 금은 물가와는 함께, 달러 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여 왔다.
그런데 요즘 금과 물가 사이의 거리가 크게 벌어져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부터다. 금 값이 고공비행을 하는 사이 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게다가 올 들어 달러 가치가 치솟으며 화폐와 금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극심한 금융 불안에 돈이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에 동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공존하는 초유의 상황이 이상 현상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골드 러시’는 가속화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헤지펀드들이 화폐 가치 하락에 베팅하면서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12일 세계 최대의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의 금 보유량은 세계 6위 보유국인 스위스(1040t)를 넘어섰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금 값은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결국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가든, 디플레이션으로 가든 금은 유리한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 금과 물가의 별거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1960년대 이후 금과 물가는 같은 궤적을 그려 왔다”며 “둘 간의 괴리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금 값이 떨어지든, 물가가 오르든 결판이 나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둘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만나는가에 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의 지형도는 크게 바뀔 전망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금 값이 안정된 상태에서 물가가 서서히 오르며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소비와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바닥을 쳐야 한다. 이른바 ‘완만한 인플레이션’의 도래다. 다른 두 시나리오는 암울하다. 그중 하나는 결국 경기 반등이 실패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금 값도 장기적으로는 꺾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반대로 대규모로 풀린 돈이 물가와 함께 금 값을 폭등시키는 ‘고인플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금 값은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기 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된다. UBS는 금 값 전망 보고서에 “높은 정책 실패의 가능성이 금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구리 ‘꿈틀’= 최근에는 반전의 조짐도 관측된다. 미국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지수가 상승하고, 원유·금속 등 상품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상징적”이라며 “금이 경기 침체 상황을 반영한다면 구리는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상징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온스당 900~1000달러면 역사적으로 봐도 고점”이라며 “투자 대상으로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원유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연구원도 “결국 상품 가격이 오르며 금과의 격차를 메우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2분기가 본격적인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 값이 더 오르리라는 예측도 만만찮다. 한화증권 정문석 연구원은 “물가가 안정되는 속에서 경기가 회복되는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로의 복귀는 어렵다”며 “등락은 있겠지만 금 가격은 좀 더 강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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