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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울다가 웃다가…세상이 달리 보인다

‘마음은 청춘’ 80대 밴드의 아름다운 이 세상 작별송
멀기만 했던 어머니·아버지 화해의 손길…뜨거움 뭉클

슬픈 영화엔 다치지 않고 세상의 아픔을 경험하는 미덕이 있다. 눈물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아시는지.

여기, 당신의 뻑뻑한 눈동자를 촉촉하게 적셔 줄 모이스처라이징 시네마 4편을 소개한다. 둘러보면 여전히 세상은 우울한 일 투성이다.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한 일 있다면, 영화를 보며 실컷 눈물 쏟고 다 풀어 보자.

눈물은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맑게 한다. 눈물 속에는 새로운 시작의 힘이 있다. 울어라, 영화도 함께 울어 줄 것이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 로큰롤 인생

평균 연세 81세(18세가 아니라!)의 할아버지.할머니 스물 네 분이 모인 미국 코러스 밴드 '영앳하트(young@heart)'. 우리말로 옮기면 '마음은 청춘'쯤 되는 밴드. 이름답게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가 대략 이렇다.

라디오 헤드 데이비드 보위 소닉 유스 콜드 플레이… 그 외 수많은 록 밴드 최신곡을 순전히 어르신들 마음대로 소화해 부르는 공연장마다엔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 관객 중 한 명이 작심하고 7주를 따라다니며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그 7주 사이에 두 분이 돌아가셨고 촬영 끝난 후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인생을 폼나게 즐기는 어르신들 덕분에 입가에 웃음이 떠날 새가 없고 세상과 아름답게 작별하는 어르신들 덕분에 눈가에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놓치지 마시라. 산소 호흡기 꽂은 채로 무대에 올라 콜드 플레이의 'Fix You'를 열창하는 프레드 할아버지. 그리고 먼저 간 동료를 추모하며 밥 딜런의 'Forever Young'을 합창하는 어르신들. 숙연하고 또 경건하도다.

■ 어톤먼트

어린아이의 사소한 '거짓부렁' 하나가 얼마나 끈질긴 저주가 돼 세 인간의 운명을 옭아매는지를 참 아프고 슬프게 그렸다.

데뷔작 '오만과 편견'으로 주목받은 서른여섯 살 젊은 감독 조 라이트는 '세상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과 '세상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꾸지람을 동시에 선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라는데 용서를 구할 대상이 이미 가고 없을 때 그것이 얼마나 아득한 절망인지먹먹해진 가슴 쥐어뜯으며 목구멍으로 꿀꺽 미안한 눈물 삼키게 만드는 라스트 신. 올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거머 쥐게 만든 건 바로 그 마지막 장면의 기운 센 여운이었다.

▶놓치지 마시라. 전쟁의 폐허 앞에 선 주인공을 5분 넘는 롱 테이크 싱글 샷으로 담아낸 바닷가 장면. 겨우 두작품 찍은 감독이 천재란 소리를 듣게 만들었다.

■ 동경타워

베스트셀러 소설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가 원작. 괴짜 작가 릴리 프랭키가 쓴 자전적 소설에 울다가 웃으며 '항문발모'의 신기원을 경험한 독자들의 감동이 책에서와 같이 영화에서도 이루어졌다. 설혹 소설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는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원작의 진심을 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데 100달러 건다.

'도쿄타워-감동과 눈물 때때로 유머'라 불러도 좋을 균형잡힌 연출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의 '귀여움'을 토하는 마스크 엄마를 연기한 키키 키린의 대단한 연기 포스까지. 남의 영화 안에서 기어이'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보게 만든다.

▶놓치지 마시라.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걷던 아들녀석이 이제는 외려 엄마 손을 잡아 끌고 횡단보도 건너는 장면. 불효자는 웁니다!

■ 마이 파더

한국 영화에서 어머니가 대대로 그리움의 대상이라면 아버지는 대체로 노여움의 대상이었다. '마이 파더'는 그래서 더욱 기특하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맞짱' 뜨는 대신 맞장구치는 아들 본 게 얼마만이더냐. 22년 만에 찾아낸 친아버지가 사형수라는 설정. 그 대단한 신파를 이만큼 담백하게 손질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 징그럽도록 차분한 연출이 장편 영화 처음 찍는 데뷔 감독 솜씨라는 걸 믿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가장 뜨거운 눈물은 영화 끝나고 따라붙는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동영상이 나올 때 흘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리미리 눈물샘을 워밍업해 놓은 다니엘 헤니의 공로 역시 높이 사줄 만하다.

▶놓치지 마시라. 역시 엔드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실존 인물의 실제 상황 동영상. 실화는 언제나 영화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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